[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낮에는 천사, 밤에는 광란의 괴물로 살다… 방탕한 삶 회개하고 세상 쾌락서 벗어나

입력 2021-12-20 03:06

외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낸다며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나를 혼자 서울로 전학을 시켰다. 어린 시골 촌놈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공부와 담을 쌓고 불량서클에 가입하며 타락으로 빠졌다. 야간고를 나와 우여곡절 끝에 겨우 대학에 진학했고, 사진을 전공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놀았다. 졸업 후 잡지사 기자를 하다가 광고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직접 스튜디오를 차려 광고디자이너와 모델들과 먹고 마시며 밤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얼마 후 레저 사업을 하는 후배가 너무 부러워 레저·이벤트 사업에 뛰어들어 매일 쌀 포대에 현찰이 가득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 현장 술자리에서 사소한 이권 대립으로 큰 싸움이 벌어져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팔 부상이 너무 심해 급히 서울로 이송되었는데 이른 새벽에 응급실로 달려온 아내와 등에 업힌 딸아이를 보는 순간, 부서져 덜렁거리는 팔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그 모습에 반드시 술과 폭력을 끊겠다며 인생 처음 결단을 했다. 그러나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세상 쾌락에 빠졌다. 그 사이에 회사경영은 엉망이 되어 수습할 수 없이 쫄딱 망해 거지가 되었다. 집안에 차압 딱지가 붙으며 도망치듯 의정부 조그만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다음 날부터 리어카로 호떡과 어묵 장사를 시작했다. 추위에 떨며 길거리에서 도시락에 어묵 국물에 눈물을 섞어 먹으며 방탕한 삶을 끊겠다는 두 번째 결단을 하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점상 단속반과 칼부림까지 가는 싸움을 한 후 새로운 살길을 찾다가 물류, 운송 업무를 배웠다. 일에 적응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갈 때 업무상 잘못 연루되어 폭행, 강도, 상해죄로 구속되었다. 차가운 구치소 안에서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생명을 거두어 가시겠구나.’ 하는 마음과 아내와 딸 생각에 마지막 세 번째 결단을 했다.

구치소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와 독하게 일해 회사 매출의 60% 이상을 혼자 올렸다. 그러나 사장에게 이끌려 나이트클럽과 단란주점을 드나들며 마지막 결단도 물거품이 되었다. 교회에선 셀 교회, 축구선교회, 주차봉사, 사진촬영까지 봉사와 섬김으로 ‘괜찮은 신앙인’이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낮에는 천사의 모습, 밤엔 쾌락의 미치광이 괴물이 되어 갈 때 이혼과 두 번의 자살시도, 폭행전과, 알코올 중독까지, 나보다 더 타락한 처제가 춘천한마음교회에 다니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던 아내도 교회에 다녀오고 놀랍게 달라진 모습에 이건 뭔가 싶었다.

그 즈음에 사업은 번창하여 법인회사를 설립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다. 어렴풋이 깨어보니 깜깜한 어둠 속에 세찬 빗소리가 들리는 허름한 여관방이었다. 폭력과 싸움, 음주가무로 쫄딱 망하고 차가운 감옥까지 가고, 교회에 나가 몸부림도 쳤지만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자신에 치가 떨렸다. 비 내리는 새벽에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와 아내 앞에 쓰러져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통곡했다. 아내와 처제를 생각하며 정신을 차려 바로 한마음교회로 떠났다.

첫 예배에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는 것 같았다. ‘부활이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증거라고?’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5년이나 교회에 다녔지만 나는 믿는 자가 아니었다. 내가 왜 세상 쾌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선명하게 알아질 때, 요한복음 16장 9절 말씀이 또다시 떨어지며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환락과 방탕으로 살았던 죄의 회개에 앞서 하나님께 대한 죄를 회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왜, 이 말씀이 이제야 들린 것일까?’ 반평생을 마귀의 종노릇하며 육신의 정욕을 쫓아 살았던 삶에 통곡이 터졌다. 이어서 선포된 ‘예수님을 주인으로 시인하고 부활을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는 로마서 말씀을 받으며 그 자리에서 굴복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다. 그러자 놀랍게도 주님이 주시는 평강과 기쁨이 온몸을 휘감았고, 타락의 삶은 종료됐다. 마음이 천국이 되고 사업장은 예배의 처소가 되었다. 회식 자리에서 술잔 대신 참 믿음에 대하여 말하는 내 모습에 직원들은 의아해했다. 거래처의 어느 부장님은 우리 가족의 변화를 보고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와 전 가족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함께 교회에 출석한다.

딸은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 아이들, 학부모님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교회에선 중고등부 교사로 전력 질주하고 있고, 아내는 매일 이웃들을 만나 복음 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만을 생각하며 출근을 한다. 타락한 삶을 변화시켜 주시고 천국 가정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경배를 드린다.

엄순용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