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년 전 나이지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태양의 눈물’이라는 미국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인종청소라는 이유로 무수한 어린이들을 죽이고, 임산부의 유방을 제거하는 등 평화로운 마을을 불사지르는 만행의 장면들이 나왔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습니다. 역사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관하시고 다스리시는 것인데, 선하신 하나님이 무엇 때문에 무슨 이유로 이러한 비극의 역사를 허용하고 계시는지에 대해 의문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 해답을 기도와 성경 말씀을 통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로마서 8장 29절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만세 전에 “미리 아신 자들로 그의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려고 미리 정하셨으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미리 정하신 자들은 앞으로 온 우주에 장엄한 하나님의 나라가 설 때,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를 대신해 왕 같은 제사장의 역할을 할 자들입니다. (계20:6) 즉 광대한 우주로 확장되는 하나님 나라의 통일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님은 아들의 형상을 닮은 부활한 그리스도인들이 그의 왕국을 다스리시도록 결정한 것입니다. (엡 1:10)
그러므로 인류 역사는 만세 전에 예정된 이들을 실제로 형성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임시로 정하시고 다스리시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가 최근에 쓴 ‘대장정 1,2-에덴에서 백두까지’에서 “이 비극의 역사는 구원사의 지평 너머에 도래할 천년왕국의 중보자가 될 그리스도인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우주적 필연”이라고 서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란 삶이 위기에 봉착할 때 비로소 겸손해지고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십자가 복음을 깨닫고 구원을 받았을 때 크게 감격하여 하나님의 뜻대로 새롭게 살아가는 신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실존과 역사의 비극이 역사 자체로는 불행이지만 그리스도인을 형성하는 데는 최적의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이 비극의 역사를 오래 참고 다스리시는 이유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은 하나님으로부터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 3:15)는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확장되는 것을 지극히 두려워하고 싫어합니다. 그런 이유로 사탄은 첫 번 크리스마스 때 헤롯의 정치적 욕망을 자극하여 이 땅에 구세주로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을 없애 버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라헬의 통곡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가족을 잃거나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의 슬픈 소리가 온 땅에 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의 비극은 예정된 수의 그리스도인이 완전히 형성되기까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땅끝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역사의 불행을 속히 끝내는 길일 것입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거리마다 성탄트리가 들어서고 캐럴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철난 그리스도인이라면 첫 번 크리스마스 때 일어난 역사의 비극과 라헬의 통곡 소리를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용주 목사(기드온선교회 회장)
◇김용주 목사는 감리교 목회자로, 시인이자 작가, 신학자이다. 현재 기드온선교회 회장, 백천문화사 대표로 섬기고 있다. 최근 창세기 신학 사상서 ‘대장정 1, 2권’을 펴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