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교회건축 문화를 선도하고 교회의 건축을 돕기 위해 해마다 교회건축자문위원을 위촉한다. 올해는 건축사 시공사 인테리어 음향 등 각 분야 전문가 8명을 선정했다. 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영성을 바탕으로 교회건축 사업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번 회는 최두길(아래 사진) 야긴건축사사무소(야긴건축) 대표다.
야긴건축은 교회건축 전문 설계사무소다. 1994년부터 교회 위주로 설계를 시작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당시 교회 건축물이 너무 획일적이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선도해야 할 교회가 건축물에서는 오히려 과거 지향적이라는 점이 안타까웠다. “교회는 역사적으로 선지자적인 사명을 수행해왔습니다. 교회 건축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시대와 대화해야 합니다. 따라서 코로나 시대의 전략적인 교회건축을 고민하는 것은 교회건축가의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최 대표의 요즘 고민은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교회건축물이다. 그는 대안으로 ‘플랫폼 교회’를 제안한다. 플랫폼 교회는 교회 공간의 중복을 피해 공간의 비효율을 극복하고 교회별 독특한 기능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내 소통 공간의 우위를 점유할 수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교회 문화공간의 내용과 기능은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따라서 형식적인 공간 배치가 아니라 차별화된 독특한 배치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재개발 지역에 건축되는 교회는 어린아이를 위한 키즈랜드, 키즈카페, 키즈도서관을 둬야 한다. 이것이 교회성장의 핵심적 요소로 꼽힌다. 더구나 코로나 시대의 교회 소그룹 공간은 지역주민의 상담실, 취미 교실, 사랑방 기능을 한다.
최 대표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시설은 대부분 평일엔 공동화된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실의 가구만 재배치해도 비대면 시대의 청소년 대학생들의 스터디카페, 독서실, 인터넷 카페로 활용할 수 있다. 이같이 복합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교회 건축의 모델로 서울 영등포교회를 꼽는다. 교회는 재개발 지역의 열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홍성성결교회 옥상의 풋살장은 지역 청장년의 소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 대표는 특히 재건축지역의 교회건축 방향은 또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성원의 분석을 통해 설계 내용을 결정하는데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공간은 교회를 더욱 부흥시킨다고 말했다. “키즈카페, 키즈랜드, 스터디카페 등은 재건축 지역에서 꼭 필요한 공간이 됐습니다. 한가람교회와 보광중앙교회가 이와 같은 재개발 지역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야긴건축은 교회건축을 할 뿐만 아니라 그 기업 자체로 교회 같은 곳이다. 창업 초기부터 구성원들은 매주 영성 훈련과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신앙을 가진 직원도 많다. 어떤 친구는 “부담스럽다”며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경영관은 확고하다. “건축이라는 업무가 소명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곤란하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한 단계 더 깊은 단계를 추구해야 교회 건축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교회건축에서 탁월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는 자기 신앙과 비례합니다. 내 신앙이 열정적이라면 건축도 열정적이 되고 소극적이라면 건축도 소극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신앙이 우선적인 가치여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 또한 신앙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게 제 경영관입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