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50일도 안 돼 후퇴하게 된 핵심 요인은 위중증·사망자 관리의 실패다. 정부 스스로 확진자 중심에서 치명률 중심으로 방역 초점을 전환한다고 밝혔음에도 정작 준비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29일 “종전까진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보편적 규제를 중시했다”며 “이제는 중증·사망 발생 억제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계획과 반대로 갔다. 일상회복 시행 첫날인 지난달 1일 0시 기준 사망자는 9명, 위중증 환자는 343명이었다. 44일이 지난 15일 0시 기준으로 이 수치는 각각 7.8배, 2.8배 증가했다.
고령층에서의 백신 효과 감소와 그로 인한 중증화율 상승은 정부 예상보다 빨리, 더 큰 폭으로 현실화됐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예측 실패가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를 보완할 제도적 준비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취지다. 가장 널리 비판받는 지점 중 하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체계다.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없으니 제때 방역을 강화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신속하게 보상했다면 상인들도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체계 준비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행정명령 중심의 양적 확보에 치우친 나머지 인력 대책 등은 제자리걸음했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3~6일 전공의 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2%는 전공의가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환자 안전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대전협은 “숙련도가 부족한 인력이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별다른 교육 없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현장 난맥상은 처우 개선 등을 내걸고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군산의료원지부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전북도가 현재 작동하지 않고 작동할 수도 없는 ‘행정명령’, ‘의료인력 동원령’을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병상 효율화 일환으로 내놓은 새 위중증 환자 격리 해제 기준을 두고도 우려가 제기된다.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증상 발현 이후 20일이 경과한 위중증 환자는 격리 해제자로 간주돼 국가로부터 격리 입원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20일이 지나도)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중증 면역 저하자들은 예외로 하고 있다”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해외 기준을 검토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동의를 얻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격리 해제된 환자들 중 여전히 인공호흡기 등을 이용해야 하는 이들이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가며 나타날 연쇄 반응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나 심혈관계, 뇌혈관 질환 환자 등이 입원에 겪는 차질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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