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대만해협,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상황에서 두 정상이 핵심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리는 2013년 이후 37번째 만남을 가졌다”며 “중·러 관계는 각종 풍랑을 이겨내고 새로운 활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며 “그때 여러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공동의 가치이자 각국 인민의 권리”라며 “한 나라가 민주적인지는 그 나라 국민이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소통을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올바른 민주관을 확립하고 각국의 정당한 민주 권리를 수호하길 원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9~10일(현지시간) 약 110개국을 불러 모아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의식한 발언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어떤 세력이든 대만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중 러 관계는 전례 없이 좋은 수준”이라며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한 상생은 21세기 국제 관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스포츠와 올림픽을 정치화하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내년 2월에 직접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놓고 충돌한 뒤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거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초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 배치를 늘리고 군사훈련을 실시해 내년 초 침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선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가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화상 회담을 하고 8월에는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밀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시 주석을 ‘독재자’,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칭하며 두 정상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정부는 조만간 중국 기업 8곳을 군·산업 복합 기업 명단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사 DJI를 비롯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기업 쾅스커지(Megvii)와 윈충커지(CloudWalk), 수퍼컴퓨터 제조업체 수광(Dawning) 등이 대상이다. 첨단 기술과 인권 관련 기업을 무더기 제재하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이미 중국 기업 60곳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제품 수입 및 미국인의 지분 취득을 금지했다. 미 상무부는 이와 별개로 생명 공학 관련 중국 기업 24개 이상을 제재 대상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확대해 과학기술과 경제, 무역 문제를 정치화했다”며 “정치 농간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