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여성 속박하는 어른들의 말 듣지 말라”

입력 2021-12-16 20:24

문제의 해결은 소리를 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이 변한다. 오래된 갈등과 부조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뀌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인종, 젠더, 환경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속도가 더딜지라도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는 변화에 대한 서사다.

2017년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은 문화·예술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을 일으켰다. 여성들은 침묵을 깼고 자신의 이야기를 알렸다. 사람들은 그제야 고통받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자 리베카 솔닛은 역사적으로 백인 남성이 화자(話者)의 위치에 있었고 사회는 그들에게 너그러웠으며, 권력자들이 그들의 결점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해 왔음을 지적한다. 많은 여성이 목소리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왔으며 말한다고 해도 신빙성을 의심받아 왔다고 비판한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에 대한 기대와 격려도 담았다. 저자 리베카 솔닛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젊은 세대 운동가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어른들은 “불가능한 것 또는 불합리한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강요하지만, 그 말을 듣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과거엔 급진적으로 받아들인 젠더와 인종에 대한 개념, 정의와 평등에 대한 사고가 지금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행동의 결과가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솔닛은 책의 서문에서 “한 사람이 말하면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100만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말하고 그 말을 각자의 세계관과 매일의 행동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힘을 얻는다”면서 “말하려는 사람의 입을 막으려 하거나 그들보다 더 크게 말하려는 사람들, 귀를 막거나 눈을 감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싸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동참해 왔다. 맨스플레인(영어 man과 explain의 합성어) 현상을 비판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림자의 강’ ‘해방자 신데렐라’ ‘걷기의 인문학’ 등의 저서를 냈다. 구겐하임 문학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 문학상, 마크 린턴 역사상 등을 받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