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전원 정답’ 처리되면서 생명과학Ⅱ 1등급에서 밀려난 인원이 40명 발생했다.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1점 떨어지는 등 입시 지표들이 출렁였다. 최상위권 학생이어서 표준점수 1점은 대입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시 모집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달라졌고, 정시 모집에선 생명과학Ⅱ 수험생들이 다른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에 비해 불리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5일 발표한 ‘생명과학Ⅱ 재채점 결과’ 자료를 보면 1등급 구분점수는 66점이었다. 지난 9일 발표했던 1등급 구분점수는 65점으로 재채점으로 1점 상승했다. 1등급 인원은 기존 309명(4.74%)에서 269명(4.13%)으로 40명 감소했다. 2등급은 63점으로 동일했으나 기존 587명에서 508명으로 줄었다. 상당수 상위권 학생들의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68점으로 확정됐다. 13명이 이 점수를 받게 된다. 기존에는 69점으로 6명이었다. 만점자 수는 늘었지만 이들이 받게 되는 점수는 줄어든 것이다. 표준점수 최고점 바로 아래 점수는 67점이었다. 종전에는 121명이 이 점수를 받았지만 재채점 결과 9명으로 크게 줄었다. 정시에서 생명과학Ⅱ 선택 수험생들의 경쟁력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다른 선택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유리해졌다.
이과 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올해 과학탐구 점수가 중요하다. 올해 처음 시행된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문·이과 수험생이 수학에서 직접 맞붙었다. 이과가 수학에서 문과를 압도하면서 이과 수험생 중에 고득점자가 많이 나왔다. 이과 상위권에선 수학 변별력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학탐구의 변별력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표준점수 1점정도 하락으로 정시에서는 결정적으로 다른 과학탐구 수험생에 비해 불리해졌다”며 “정시 지원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초유의 ‘빈칸 수능 성적표’ 사태는 이날 선고로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교육당국 책임론이 고개를 들 전망이다. 강태중 평가원장이 선고 직후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수능 출제와 검토, 이의신청 처리 과정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평가원의 ‘무사안일’ 대응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크다. 교육계에서는 평가원을 교육부 통제하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가원은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으로 교육부와 일하지만 통제에선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책임 있는 평가 행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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