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무공무원이 면제받은 과목 특정 문항, 응시자 과반이 ‘0’점

입력 2021-12-16 04:01
국민DB

세무공무원 특혜 논란을 일으킨 올해 세무사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과목별 난이도 조절에 미흡했다”면서 난이도 조절 실패를 뒤늦게 시인했다.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이 면제받는 특정 과목 문항에서 0점자가 속출한 데 대해선 “부분 점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면서 개선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일반 응시자들은 “세무공무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난이도 조작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올해 세무사 시험 논란은 국세청 등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이 면제받는 세법학 1부 4번 문항에서 0점을 받은 일반 응시자들이 속출했다는 의혹 제기에서 출발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산인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공정성 논란 관련 보고’ 문건에 따르면 이 문항에서 0점을 받은 응시자들이 202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0점자 비율은 전체 응시자 3962명 중 절반이 넘는 51.1%에 달했다. 이 문항에서 0점을 받은 응시자들은 2018~2020년 평균 334명에 불과했지만 올해엔 6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이 대거 합격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세무사 2차 시험 순위’ 자료를 보면 세무공무원 경력자가 2차 시험 최고득점을 기록했다. 2차 시험 성적 상위 10위권에는 일반 응시생 1명을 제외한 9명이 모두 세무공무원 경력자였다. 50위권에는 세무공무원 경력자가 34명(65.4%)이나 포함됐다. 세무공무원은 20년 이상 재직할 경우 2차 시험 4과목 중 이번에 0점자가 속출한 세법학 1부를 포함한 세법학 2과목을 면제받기 때문에 세무공무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이번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은 전체 합격자 706명 중 237명(33.6%)으로, 지난해 47명(6.6%)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논란이 커지자 산인공은 채점기준표에 부분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지금은 6점 배점 문제에서 0점 또는 6점만 줄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3점도 줄 수 있는 부분 점수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식이다. 또 채점 과정에서 특정 과목·문항에서 0점자나 과락자가 대거 발생할 경우엔 난이도 적정성을 검토하는 ‘특별 프로세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불공정한 시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시험 특혜 의혹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김지훈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