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의료진 “병실 없단 말 누군가에겐 사형선고… 죄책감”

입력 2021-12-16 04:05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 위중증 환자가 964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한 15일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업무가 몰린 공공병원 의료진 업무 과부하가 심각해 공공의료 확충계획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근무 중인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의료진의 ‘병실 없습니다’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사형선고가 된 것은 아닐지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병실 부족의 문제가 단순히 환자만의 고통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진의 죄책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환자 중 3분의 2 정도를 공공병원이 전담하고 있어 업무 과중도 심각한 상태다. 의료진 전원이 밤샘 근무를 감당하며 환자를 살피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가 쉽지 않다고 한다.

혈액투석기가 부족해 투석을 제대로 받지 못한 환자의 사례도 공개됐다. 최근 주 3회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가 5일째 투석을 하지 못해 얼굴이 붓고 호흡 곤란까지 동반됐으며, 의료진은 퇴근을 반납하고 야간 투석을 돌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라고 이 공동대표는 전했다. 중환자 치료 체계 전반에 부하가 걸리면서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의 중환자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현재 병원은 전쟁터 그 자체”라며 “민간병원보다 시설이 노후되고 인력도 부족하지만 맨몸으로 막으라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공병원에는 더 쥐어짜낼 병상이 없다”며 “45개 상급종합병원 10% 동원하면 약 5000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며 민간병상 확보를 촉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