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송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0일 4811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0월 말부터 3주간 주춤하더니,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 항공운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4일 글로벌 항공화물 운임지수(BAI)는 5254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홍콩~북미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달에 ㎏당 11.54달러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1월(㎏당 3.84달러)과 비교하면 3배나 급등한 수치다.
해운업계와 항공업계는 내년 설 연휴를 앞두고 아시아 지역에서 늘어나는 물동량과 오미크론 등장으로 항만적체 해소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가 겹쳤기 때문으로 본다. 항만 운영이 정상화되지 못했는데 물동량이 늘어나니 해상운임이 높아지고, 배로 실어 나를 수 없는 물건들이 항공기로 이동하면서 하늘과 바다 모두에서 운임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 서부 항만의 40마일 내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 선박은 28척, 150마일 밖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67척으로 집계됐다. 대기공간 부족으로 태평양 지역(대만, 일본)에서 대기 중인 선박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중국 닝보항에서 태국과 베트남으로 향하는 선박의 운임은 최근 한 달 반 사이 137%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항구의 물류회사들이 내년 2월 초 춘제(중국의 설)를 전후해 최소 6주간 쉬기로 하면서 물류대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15일 “최근 3주간 찾아왔던 해상운임의 소강상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의 물류상황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찌감치 설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겹치면서 운임 상승이 다시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적체된 물량이 풀리는 데도 1~2분기가 소요되기 때문에 운임 정상화 시기를 내년 말로 예측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항공 운임도 오미크론 탓에 여객기 운항이 감소하며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운임 상승은 수출기업의 어려움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입기업 300곳을 설문한 결과, 응답기업의 91.2%는 ‘내년 수출입액 대비 물류비 비중이 올해와 비슷(47.8%)하거나 증가(43.4%)할 것’이라고 답했다.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