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암살과 지진 등으로 위기에 빠진 중미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에서 유조차 폭발 사고로 75명 이상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12시쯤 아이티 제2의 도시 카프아이시앵에서 휘발유를 실은 트럭이 전복된 뒤 폭발하면서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다. 당초 사망자는 50여명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오후 파트리크 알모노르 카프아이시앵 부시장은 사망자가 7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폭발 현장 인근 주택과 상점 20여채가 파손되고 오토바이, 자동차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폭발한 유조 트럭은 오토바이 택시를 피하기 위해 급히 방향을 틀다 균형을 잃고 전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행인들은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휘발유를 가져가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100명가량의 시민이 트럭으로 몰려든 상황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번졌다. 알모노르 부시장은 “현장에서 50명가량이 산 채로 불에 타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끔찍했던 현장을 전했다.
이번 참사는 아이티 전역을 강타한 극심한 연료난에서 비롯됐다. 아이티에서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고 8월엔 규모 7.2 강진이 발생하는 등 대형 비극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치안이 불안해지자 갱단이 도시 대부분을 장악하고 주요 도로를 점거했다. 이에 연료 수송이 통제돼 최근 몇 달간 주유소가 폐쇄되고 암시장에서 연료 가격이 폭등하는 등 극심한 연료 대란이 발생했다. 지난달 갱단이 봉쇄를 풀어 연료 수송이 재개됐으나 언제 다시 공급난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 대형 참극으로 이어진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사고 후에도 주민들은 불에 탄 트럭 잔해 사이에서 고철 등을 주워갔다.
아리엘 앙리 총리는 이날 부상자들이 치료 받고 있는 병원을 방문한 후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자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