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5주년 조수미 “후학에 아낌없이 주고싶어요”

입력 2021-12-16 04:06
소프라노 조수미가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아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실내악단 ‘이 무지치’와 바로크 레퍼토리로 구성한 음반을 발매한 데 이어 국내 8개 도시 투어를 한다. ⓒKangYoungho·Alessandro Petrini

소프라노 조수미(60)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한국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주요 극장 무대에 서는 한편 영화 ‘유스’와 드라마 ‘명성황후’의 주제가를 부르는 등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해 왔다.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은 조수미가 창단 7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 di Roma)와 함께 바로크 앨범 ‘Lux. 3570’를 발매했다. 이 무지치는 비발디의 ‘사계’를 사랑받는 클래식 레퍼토리로 만든 전설적인 실내악단이다. 조수미는 이 무지치와 함께 18~30일 서울 인천 등 8개 도시에서 3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지난 7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조수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올해 35주년을 맞아 오디오북, 음반과 공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본 소감은.

“2021년은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 같다. 이 무지치와 앨범을 만들거나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등 좋은 일도 많았던 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 유럽 공연이 취소되는 등 슬픈 일도 많았다.”

-이 무지치와 35주년 기념 음반을 낸 계기와 과정은.

소프라노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 ⓒKangYoungho·Alessandro Petrini

“로마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라디오 택시 3570’이라는 콜택시가 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이 무지치 단원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콜택시 이름이 우리의 35주년, 70주년이라는 숫자와 맞아떨어진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앨범 내면 어떨까’ 농담으로 시작한 게 실제 작업으로 이어졌다. 음반 녹음 과정은 코로나19 때문에 만만치 않았다. 이 무지치 단원이나 그 가족의 감염으로 녹음 스케줄이 3~4번 바뀌는 등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좋은 음반을 만들어 기쁘다.”

-콘서트에서 매번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무대에 설 때마다 연애하는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설레면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 내 경우 콘서트에서 음악적인 것 외에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도 신경 쓴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이 즐겁게 돌아갔으면 한다. 요즘은 예술도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는 시대다.”

-지난 9월부터 예술의전당이 상설 운영하는 홀로그램 콘서트에 나오고 있다. 아직 무대에 서는 성악가 입장에서 이런 홀로그램 콘서트가 부담되지 않았나.

“별세한 가수들의 홀로그램 콘서트는 많이 있는데, 예술의전당에서 나처럼 살아있는 아티스트의 홀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끌렸다. 팬데믹 시기에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내 홀로그램 콘서트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격리가 끝나는대로 보러 가려고 한다. 앞으로 다른 홀로그램 기회가 있으면 더 하고 싶다.”

-그동안 성악가로서 무대에 열정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후학 양성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그 일환으로 마스터 클래스에 대해 열정이 큰 듯하다.

“후학 양성은 요즘 많이 생각하는 문제다. 그동안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과 영국 위그모어홀 등 다양한 곳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젊은 성악도를 가르치는 게 재밌다. 전문적인 오페라 가수나 콘서트 보컬리스트의 길을 가려고 할 때 기량이나 연습 외에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선배 성악가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성악도 한 명 한 명 맞춤형으로 가르치는데, 내가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시간 날 때마다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 석학 교수로 임용돼 내년 1학기부터 학부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하게 됐다. 이것 역시 후학 양성의 일환인가.

“KAIST 학장님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성악 자체를 가르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더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는 게 의미있어서 승낙했다. 내 무대 경험이나 음악에 대한 지식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인간을 위한 것인데, 음악적 소양이나 예술적 감수성을 가진 과학자가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나.”

-2023년 프랑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성악 콩쿠르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

“내 이름을 붙인 콩쿠르인만큼 준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센세이셔널한’ 콩쿠르로 만들고 싶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