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국립대 통합 어렵다면 ‘서울대 10개’를 만들자

입력 2021-12-16 20:23
서열화된 한국 대학 체제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SKY 독점’은 우리나라에 좋은 대학이 적기 때문이라며 전국의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일보DB

모든 사람이 한국 교육은 문제라고 하는데 왜 개혁되지 않는가.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제는 입시가 아니라 대학이라고 본다. 그동안 교육개혁은 주로 입시를 바꾸는 것에 치중해 왔다. 김 교수는 이를 ‘입시파’로 명명하고 “시험 또는 입시를 아무리 바꿔봐도 허사라는 것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고 비판한다.

한편에서는 대학 서열을 깨는 것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진행돼왔다. 이들은 대학개혁의 실천적 아이디어로 서울대와 국립대를 하나의 통합네트워크로 묶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제안해 왔다. 이 아이디어는 17년 전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쓴 책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입시지옥과 학벌사회를 넘어서’에서 처음 제안됐다. 이후 여러 학자, 교육단체, 정부기관들이 이 안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김 교수는 정진상 안에 대해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해 보이는 대안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제시”했고 “대학독점체제의 해체를 통해 지위권력을 민주화시키는 모델을 최초로 제공했다”고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대학통합네크워크는 실현되지 못했다.

김 교수는 “17년 동안 대학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상에서 내려와 대학독점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라는 말을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바꾸어서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출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새로 제안한다는 점에서 ‘대학통합네트워크 2.0’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왜 한국만 교육지옥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모두가 SKY를 향한 고속도로 위에서 한 방향으로만 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교육지옥은 대학병목 때문에 발생한다. 명절 때 고속도로를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가려고 경부고속도로에 몰린다. 이 극심한 병목현상 때문에 사람들은 끼어들기도 하고 버스전용차선을 불법으로 달리기도 하고 빵빵거리며 짜증을 내며 서울과 고향을 오간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그는 “대학병목을 해소하려면 고속도로를 더 많이 만들면 된다”면서 “서울대(수준) 10개를 전국에 만듦으로써 이 병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체제(UC 시스템)를 모델로 삼는다. UC 시스템은 UC 버클리, UCLA, UC 샌프란시스코, UC 어바인 등 10개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이뤄졌으며 캘리포니아 전역에 퍼져 있다. 김 교수의 주장은 서울대와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을 묶어 대학통합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을 연구중심 공립대학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국립대가 서울대 수준의 좋은 대학이 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지방대를 서울대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집중 투자를 하고 인재를 끌어모은 카이스트, 포스텍, 울산과기원의 사례를 보아도 가능함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이 대학들을 아무도 지방대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답한다.

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야 하며 학문분야별 특화, 구조조정 등도 필요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논의되는 ‘메가시티’ 전략에서도 깊이 논의해야 할 주제다. 김 교수는 “부산 경남 울산은 메가시티 계획을 구상하고 있지만 여기서 빠진 것은 세계적인 대학의 부재”라고 지적하고 “세계적인 대학의 보유 없이 결코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