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역패스를 확대 시행한 지 열흘이 됐다.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놀란 것은 식당 주인들이 이 패스를 매우 철저히 확인한다는 점이었다. 확인 전에는 좌석을 안내하지 않는 식당, 주문을 받지 않는 식당이 많았다. 당국에서 나와 감독하는 것도 아닌데 그들은 규정을 어기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과태료 때문일 것이다. 혹시라도 적발되면 150만원을 물어야 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한 달 장사를 망칠 수 있는 액수다.
방역패스는 백신 미접종자를 불편하게 해서 접종토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4180만명이 완전 접종을 했다. 전체 인구 대비 81%, 성인 인구 대비 92% 접종률을 달성했다. 현재 이 패스는 성인에게만 적용되니 그 목적은 명확하다. 성인 미접종자 8%에게 남김없이 백신을 맞히는 것. 정부가 자랑해온 K방역은 지금 백신 접종률 100%에 도전하고 있다. 백신을 절대 안 맞겠다며 시위하는 유럽인도 이상하지만, 100명 중 92명이나 맞았는데 나머지 8명까지 기어코 맞히겠다는 한국의 패스 정책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정부는 위중증 절반이 미접종자이고 그들 때문에 병상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래서 나머지 8%까지 맞혀야 한다는 것인데, 당초 성인 접종률 80%면 위드 코로나를 할 수 있다고 선전한 건 정부였다. 20%는 안 맞아도 된다더니 이제 8% 때문에 큰일 났다며 선택권을 제한하려 한다. 지금의 패스는 그 8%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의문이다. 접종률 92% 집단은 백신 거부감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맞을 사람은 다 맞았다. 백신을 쌓아놓고도 접종률 60%에 머무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필요할 강제조치로 과연 몇 퍼센트나 늘어날지 모르겠다. 그런 걸 하자고 온 국민이 끼니마다 줄서서 증명서 검사를 받게 하고, 과태료를 무기로 상인들에게 확인 책임을 지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차라리 부스터샷 패스를 도입해 추가접종 속도를 높이거나 청소년 접종의 안전성을 더 열심히 설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