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돌입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팬데믹 시작 이후 가장 매파적 접근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동반 상승하고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자극하고 있어 연준이 긴축을 서두르지 않으면 장기 물가상승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장은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여 내년 1분기 양적 완화를 완료,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 수준과 속도다.
CNBC 방송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자산운용가 등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2년 이내 금리를 3차례 인상,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 전망이 우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첫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6월 전망, 지난 9월 조사 때보다 반년 이상 앞당겼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2024년 5월 2.3%까지 올려놓은 뒤 끝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답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은 지난 10월 6.2%, 지난달 6.8%로 수십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2월까지 이런 수치가 계속된 뒤 이후 서서히 진정을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4%)과 2023년(3%) 모두 연준 목표치 2%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보다 9.6% 올라 2010년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 전망치(9.2%)보다 높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PPI도 전년 동월보다 6.9% 올라 역시 사상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통상 PPI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선행한다. 생산 비용이 물건값에 반영돼 소비자 물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스탠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예상보다 높은 PPI는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을 지속해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PNC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스 파우처는 “생산 증가, 수요 감소, 공급망 문제의 점진적인 약화로 에너지 및 기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PPI 인플레이션은 내년 둔화할 것”이라며 “생산자 물가 상승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WSJ는 “소비자와 생산자 물가지수는 경기부양책 완화 계획을 서두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라며 “더 빠른 테이퍼링은 내년 봄 금리인상의 길을 열어 둔다”고 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배럴당 70.7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6일에는 배럴당 69.49달러까지 기록했다. 한 달 전 80달러를 웃돌았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전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준의 빠른 금리인상이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CNBC 조사에서도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와 ‘아니다’는 의견이 각각 48%, 45%로 팽팽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