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출제 오류, 원인과 과정 밝히고 책임 물어야

입력 2021-12-16 04:05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를 사과한 뒤 머리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출제 오류를 인정했다. 교육부는 곧바로 문제가 된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응시생 전원 정답으로 처리한 성적표를 배포했다. 법원의 신속한 판단으로 대입 전형 일정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찾은 학생들의 반발이 나오는 등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평가원의 아집과 독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항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오류 가능성이 제기됐고, 많은 전문가가 동의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소속 직원이 근무하는 학회의 자문을 토대로 고집을 피웠다. 심지어 어디서 자문을 받았는지조차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 시비까지 불렀다. 강태중 원장이 서울행정법원의 선고가 나온 15일 뒤늦게 사과하고 물러났지만 그렇게 끝낼 일이 아니다. 출제 방식과 검증 과정, 이후 잘잘못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경위와 소송에 이르게 될 때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소상히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 사람의 일이니 출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항력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출제 오류 사태가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관리감독 책임은 물론이고 ‘문제에 잘못이 있어도 답은 찾을 수 있다’는 비교육적 논리에 교육부는 수수방관했다. 아무리 대학에 가려고 어쩔 수 없이 수능을 치른다 해도 시험을 보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다. 문제를 풀다가 동물의 개체수가 음수로 나오는데, 답을 내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의심을 버린 채 계속 풀어야 한다는 뜻인가. 학생을 문제 푸는 기계라고 생각했다는 비판에서 교육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