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첫 번째 문지기

입력 2021-12-16 03:01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돌아보면, 한 해의 마지막에 맞는 대림절만이 예수님을 기다리는 때는 아니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우리는 줄곧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려왔다. 기다림은 믿음의 시작이며 절정이기도 하다. 바울이 믿음 사랑 소망을 이야기할 때도, 바울의 소망은 언제나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부활에 대한 소망이며 다시 오시는 예수님에 대한 소망이다. 그러니 믿음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이며, 그 기다림 속에서 일어나는 준비의 과정이다.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려야 하는 제자들을 위해 예수님은 기다리는 종에 대한 비유들을 말씀하셨다. 그중 문지기 비유는 어떤 사람이 집을 떠나 타국으로 갈 때 이야기이다. 주인은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각 사무를 맡기고 문지기에게도 깨어있으라고 명한다. 이 비유에는 일을 맡기는 각각의 종들과 더불어 문지기가 따로 언급된다. 규모가 큰 집의 경우 대문 바로 앞에 초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는데, 문지기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곳을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 있다. 문지기는 최전선에서 그 집의 안전을 책임진다. 주인이 다른 종들과 구별해서 문지기를 따로 언급한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업무를 위해서 문지기는 특히 밤에 깨어 있어야 한다. 도둑의 위험은 낮보다는 밤에 더하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의 밤은 위험하다. 밤과 낮이 바뀐다는 것은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문지기는 이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는 문지기에게 다른 하나의 업무가 더 부여된다. 도둑을 막아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 집 떠나는 주인이 언제 다시 오든지, 문지기는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문지기가 문을 열어줘야 주인이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고 집안 모든 사람이 주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지기 비유는 기다림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의 목적을 위해 깨어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깨어 기다리는 문지기의 모습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에게서 볼 수 있다. 동방박사들은 하늘의 별을 관측하던 천문학자들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그들은 하늘의 기운을 땅의 일들과 연결하며, 하늘의 변화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기다림은 날마다 별을 보며 별의 의미들을 생각하게 했다.

어느 날 그들은 왕의 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별을 따라 예루살렘까지 이르렀다. 이방인인 동방박사들이 거룩한 도성인 예루살렘에서 별을 경배하고자 길을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다림은 그들이 별을 따라가게 했다. 왕의 별을 따라온 수상한 자들은 헤롯의 먹잇감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별을 경배한 동방박사들은 헤롯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꿈을 따라 자신들의 고국으로 돌아갔다. 왕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죽음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기다림은 이 땅에 오신 왕을 위해 목숨을 걸게 했다.

동방박사들은 늘 별을 보며 밤하늘의 은밀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왕의 별이 세상을 두드렸을 때 그 별을 찾아 험한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 별이 안전하게 세상에 안착할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지켜냈다. 그들의 기다림이 그들을 깨어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밤에도 잠들지 않고 깨어 도둑을 막고, 언제 올지 모르던 주인을 맞이했다. 이 땅에 온 예수님을 가장 먼저 경배한 그 이방인들은 신실한 문지기였다. 이 첫 번째 문지기들의 ‘깨어 있음’을 보면서 기다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매년 맞는 절기가 아니라 기다리는 제자로서의 사명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김호경 서울장로회신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