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섬 전체가 흔들렸다”… 서울서도 “진동 느껴” 신고

입력 2021-12-15 04:03
제주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14일 오후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 있다. 독자 제공

14일 오후 5시19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 바다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또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다.

기상청은 서귀포 서남서쪽 41㎞ 해역(북위33.09, 동경126.16)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당초 기상청은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가 4.9 규모로 하향 조정했다.

제주도 전역에서는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진동이 감지됐다. 특히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도민들은 이날 “지진으로 섬 전체가 흔들렸다”며 공포감에 휩싸였다.

지진 발생 당시 제주도 전역에 있는 건물들은 갑자기 ‘쿵쿵’ 소리와 함께 3∼4차례 크게 흔들렸다. 진앙지와 가까운 서귀포 지역에서는 굴착기가 땅을 파는 것처럼 7~8초간 땅이 강하게 흔들렸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서귀포시1청사에 근무하던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은 건물이 흔들리자 건물 밖으로 한동안 대피해 있었다. 서귀포시 천지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문모씨는 “책상 위 방역가림막이 흔들렸다”며 “강한 진동에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책상 밑으로 머리를 숙였다”고 전했다. 서귀포시의 한 주민은 “고층 건물이 무너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남쪽 마라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마라도 등대에서 근무하는 박종옥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 소장은 “짧은 순간 몸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제주시 연동 웰컴센터에서는 건물이 흔들리자 안에서 근무 중이던 제주관광공사 직원들이 모두 밖으로 대피했다. 애월읍의 한 식당 주인은 “식당 냉장고가 흔들릴 정도였다”고 했다. 도민 온라인 카페에는 화분과 식탁, 매장 선반 위 물건들이 떨어질 것처럼 흔들렸다는 제보가 계속 올라왔다.

제주공항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활주로 점검차 제주 기점 출발·도착 항공편이 10여분간 잠시 대기했다.

제주도는 지진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 근무를 발령했다. 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에 대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급식 전 가스시설 점검,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체육관 사용 금지 등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날 도내 모든 학교 학생(기숙사 포함)과 교직원도 긴급 귀가했다.

소방청은 오후 9시 현재 제주도에서 연립주택 창문이 깨지고, 아파트 베란다 타일이 갈라지는 등 피해 신고 3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이후 전국적으로 신고가 잇따랐다. 제주에 이어 전남 지역이 많았고, 중부지역은 물론 서울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흔들림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는 전국적으로 169건이 접수됐다. 지역별 유감신고 건수는 제주 110건, 전남 37건, 대전 6건, 경기남부 4건, 세종 3건, 서울·부산·광주 2건 등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김이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