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요양병원 종사자를 간병 등 환자 접촉 업무에서 전면 배제하는 내용의 정부 지침에 현장 간호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접종 간호사를 업무에서 완전히 뺄 만큼 요양병원의 인력 환경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권고’ 성격의 지침이지만 간호사들은 사실상 그만두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이모(52)씨는 14일 “미접종 간호사의 업무 배제 지침은 실질적인 효과도 없는데 의료진 사기만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미접종 간호사를 환자와 접촉하지 않는 행정직 등 비대면 업무 위주로 배치한다고 해도 환자들과 매일 접촉하는 의료진과 반복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또 다른 요양병원 간호사도 “섬에 갇힌 채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면 당연히 환자나 의료진과의 접촉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간호사 업무 가운데 환자 비대면 업무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업무를 돌려가며 배치할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접종자에게 업무 배제를 권고하려면 현장에 충분한 대체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가용 인력을 추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 의료진 사이에서는 건강상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일방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간 질환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는 한 40대 간호사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부러 백신을 회피한 것도 아니고 몸이 안 좋아 겨우 3교대 하며 버티고 있는데 나라에서 (나를)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며 “질병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 병의원에서 실시 중인 ‘주1회 PCR 검사 의무화’에도 불만이 많다. 일반 병의원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의료진은 매주 PCR 검사를 해 병원 관리자에게 그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마다 관리감독이 어려운 데다 매주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매주 PCR 검사를 받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병원에 다니지 말라는 압박으로 들린다” 등의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사실상 이 권고를 ‘의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의료기관 신규 채용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를 채용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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