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진천읍에 위치한 옛 농업기술센터 부지는 기관 이전 이후 유휴지로 방치돼 있던 곳이었다. 이곳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인근 꽃마을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중학생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진천군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고령 치매 환자들도 이곳을 찾는다.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 역시 이곳의 단골 손님 중 하나다. 올해 이곳을 단기 또는 장기로 방문한 누적 인원은 1800명에 달한다.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3315㎡ 부지에 6개의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와 밭 부지가 들어서 있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땅에 원하는 작물을 심는다. 상추부터 방울토마토, 고구마, 감자, 콩, 배추, 옥수수 등 심는 작물도 다양하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기인 3~11월이면 각자 재배하는 작물을 가꾸는 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다 자란 작물은 직접 수확해 가져가는 편이지만 때때로 지역 농산물유통지원센터에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가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직접 농산물을 팔아보는 경험도 한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 경험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인이 주축이 돼 활동하는 이곳의 명칭은 ‘케어 팜(Care Farm·돌봄 농장)’이다. 지난 13일 케어 팜 현장에서 만난 이장호 충청사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사회적 약자분들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즐겁다”고 말했다.
진천군의 케어 팜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무너져가는 지역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 중인 ‘사회적 농업’이라 불리는 활동이다. 사회적 농업이란 농업 활동을 통해 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봄·교육·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사회적 약자가 지역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일종의 복지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기존 복지 서비스와 다른 점은 ‘치유’ 기능이다. 진천군의 케어 팜과 같은 경우 참여하는 고령 치매 환자들이 농업을 통해 어느 정도 치유되는 효과를 경험했다. 정신질환자 중에는 케어 팜 활동 후 사회로 복귀한 이도 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사회적 농업을 경험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정신 건강 면에서 호전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100점 만점에 83.9점의 점수가 나올 만큼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케어 팜은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진천군 등 올해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대상 60곳의 취·창업 실적 조사 결과 535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사회적 농업 시설 취업도 있지만 이 곳을 거쳐 외부에 취업한 이들도 있다. 이재철 진천군 주민복지과 주무관은 “케어 팜에 왔던 정신질환자 중 한 명은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진천=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