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집값이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적용돼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최대 3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시가가 급등할 경우 보유세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 등 국민소득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을 계기로 촉발된 조세저항이 내년에는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일보가 14일 KB국민은행과 한국부동산원이 낸 전국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가격은 KB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7.64%, 부동산원 기준으로 10월까지 11.55% 상승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10.89%(KB), 8.40%(부동산원) 각각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상승 폭이 더 크다.
지난해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산정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5%였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은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영향이다. 주요 기관의 지난해 대비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 폭만큼 공시가격이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부동산원 기준으로는 26.19%, KB 기준으로는 30.8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7% 올랐던 2007년 이후 역대 최고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변수까지 더하면 공시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내년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71.5% 수준으로 70.2%인 올해보다 올라간다. 특히 가격대에 따라 현실화율이 달라지는데 올해 9억원 아래였던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68.7%에 그쳤지만, 내년에 9억원이 넘어가면 현실화율이 졸지에 75.1%로 껑충 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현재 세대별 특성 및 가격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전망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는 집값 상승세가 올해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연일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내년 전국 아파트값이 3.5%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한 주택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전망도 올해보다는 대체로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 껑충 뛴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한 보유세 고지서가 날아가면 납세자의 조세 저항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실화율 조절을 안 하더라도 보유세나 건보료 인상을 일정 수준 이상 제한하는 등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정은 이미 올해 1가구 1주택에 한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인하하고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조치가 추가될 수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