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이 성장했다. 메시지도 강렬해졌다. 전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년)에서 정체가 탄로 난 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그의 대사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웅이 17세 소년인 게 알려지면서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MJ(젠데이아)와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의 삶마저 위태로워진다.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아가 도움을 받던 중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고 닥터 옥토퍼스(알프리드 몰리나)를 비롯한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나타나며 상황은 더 꼬인다.
멀티버스는 다른 차원의 우주를 의미한다. 시공간의 균열로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은 확장된다. 내년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등에선 멀티버스가 핵심 소재다.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는 “멀티버스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전작을 모두 관람한 ‘찐팬’들에게 이번 편은 선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2000년대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악당으로 등장한 그린 고블린(윌렘 대포) 등이 다시 등장한다. 앤드류 가필드가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제이미 폭스)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과거 빌런 캐릭터는 배우가 젊어 보이게 만드는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활용해 살렸다. 배우 교체 없이 이전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가 역할을 소화했다. 알프리드 몰리나는 “17년 만에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며 “이 캐릭터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알기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존 왓츠 감독 3부작의 마지막인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서 피터는 단지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악당과 싸우던 예전의 ‘스파이더보이’가 아니다.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영화 내내 등장한다. 관객들은 스파이더맨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한다.
톰 홀랜드는 이달 초 국내 언론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전 스파이더맨에게서 볼 수 없던 면이 공개된다”며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현실적으로 잘 부각됐다. 관객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왓츠 감독은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탄로 나 옳은 일을 하겠다는 결단이 쉽지 않게 된다”면서 “지금 당장 원하는 것과 자신의 운명이 이끄는 곳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관객이 환호할 만한 깜짝 등장도 기다리고 있다. 빌런들만 소환해 스파이더맨의 20년 역사를 완전히 담을 순 없으니 말이다. 이번 영화는 15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17일 북미에서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48분으로 짧지 않지만, ‘순삭’을 경험할지 모른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