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열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상이 걸프지역 아랍국가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정상으로는 처음 UAE를 방문한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아부다비의 비밀장소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만났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아부다비 토호국과 두바이 토후국 연합인 UAE를 사실상 대표하는 정상이다.
아미르 하예크 아부다비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두 정상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면서도 “베네트 총리가 이란 문제 협의만을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다”고 언급했다. 언론에 배포된 두 정상의 사진은 서로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었다.
UAE 국영 뉴스통신사 WAM은 “회담에서 무함마드 왕세제는 중동의 평화를 희망했으며, 베네트 총리 방문이 양국의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협력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UAE와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과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하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집권 연정의 이인자인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이 협약 당사국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공관을 개설하고 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UAE와 이스라엘 간 교역 규모는 관계 정상화 이후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양국이 우주 탐사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의 역사적 회담은 무엇보다 이란의 핵 위협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지원 뿐 아니라 핵협정 폐기 이후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란 핵협정 복원 협상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대다수 수니파 회교국들이 시아파 이란에 대한 종교적 반감과 더불어 핵개발 반대 입장을 지닌 점을 고려해 다른 중동국가와의 외교 관계도 진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과 UAE는 경제협력과 민간교류 확대로 나아갈 것”이라며 “첨예한 갈등이 내재된 중동지역에서 양국의 향후 협력 방향이 평화 진전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안보와 관련된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일간 하욤은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베네트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제의 면담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과 이란이 제공하는 드론 관련 정보가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