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누적 사망 80만명… 백신 접종 1년 ‘우울한 기록’

입력 2021-12-15 04:03
연합뉴스TV 캡처

지난해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미 당국은 군대까지 동원해 화이자사의 첫 백신 투여분 290만 도즈를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비상작전을 펼쳤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운영책임자인 구스타프 퍼나 육군 대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의 분수령이었던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언급하며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째인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사망자는 80만명까지 늘어났다.

AP통신은 “백신은 지난 1년간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너무 많은 미국인이 백신을 맞지 않고 죽어가고 있다”며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과학기술정보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007만8410명, 사망자는 79만8416명으로 집계됐다. 알래스카 인구(73만명·2019년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600만명을 막 넘어섰고, 사망자도 30만명 수준이었다. 백신이 보급된 이후에 오히려 3400만명이 추가 감염됐고, 사망자는 2.6배인 50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미국은 지난 4월 19일 모든 성인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백신을 풀었다. 하지만 AP통신에 따르면 그날 이후에만 22만85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18%, 사망자의 15%를 차지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백신 개시 1주년의 우울한 기록은 또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 100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증가 속도도 빠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명에서 60만명으로 늘어날 때까지 114일, 60만명에서 70만명으로 늘어날 때까지 107일 걸렸다. 하루 평균 사망자 발생 수준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80만명 도달까지는 이보다 짧은 70여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뉴욕·캘리포니아주 등은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다시 시작했다. 최악의 확산세를 보였던 지난해 우울한 겨울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대유행이 곧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면서 세계인의 우울과 좌절감(코로나 블루)이 깊어지고 있다. NYT는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과 우울이 세계를 장악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각지의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이같이 전했다.

NYT가 만난 전세계 시민들은 대유행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과 그에 따른 심리적 고통을 공통적으로 표출했다. 특히 바이러스 전파 상황에 따라 정부의 방역 정책이 느슨해졌다가 조여지는 일이 이어지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희망과 좌절도 되풀이되는 데 대한 정신적 피로를 호소했다.

이탈리아 심리학협회장인 다비드 라차리는 최근 연구에서 불안과 우울이 발생할 확률이 대유행 이후 배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신 질환 분야를 연구한 프랑스 전염병학자 마리아 멜키오르는 대유행 이후 대면 접촉 기회가 제한된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섭식장애가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