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첫날 곳곳에서 시스템 먹통 현상이 빚어졌다. 어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앱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 접속량 폭증에 따른 과부하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한 혼란과 불편은 오롯이 국민 몫이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불렀다. 지난 7월 희망자가 한꺼번에 몰려 백신 예약 시스템이 다운되는 그 난리를 겪고서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정부는 지난 6일 방역패스 적용대상을 식당 카페 등 16개 업종으로 확대하면서 국민들에게 일주일간 준비 기간을 줬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이 기간 수박 겉핥기식으로 준비했던 셈이다.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시간에 앱 이용자 예측을 잘못했다는 방역당국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랑하는 K방역의 현주소다.
이러니 방역패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나오는 게다. 성인 백신 접종 완료율이 90%를 넘고, 확진자의 상당수가 돌파감염인 상황에서 방역패스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방역패스를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생각한다면 국민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개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온갖 불편을 감수하며 묵묵히 방역패스 시행에 협조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심상찮다. 어제 0시 기준 사망자는 94명으로 하루 최다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또한 하루 최다인 906명 발생, 처음으로 900명대에 진입했다. 일주일 새 치명률은 0.82%에서 0.83%로, 감염재생산지수는 1.16에서 1.23으로 상승했다. 온통 비관적인 수치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18세 미만 청소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데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1000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날도 있다. 절대다수가 백신 미접종자다. 내년 2월 시행예정인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한 반대여론이 적지 않으나 그래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 사이에 자리 잡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야 이들의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13일부터 시작된 성인 대상 부스터샷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방역당국의 빈틈없는 준비와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사설] 방역패스 먹통, 이게 세계 최고 수준의 K방역인가
입력 2021-12-1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