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애 치유 가능’ 주장한 심리사 자격 박탈 무효”

입력 2021-12-15 03:04
동성애가 이상성욕이며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가 제명당한 심리사가 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수정)는 “홍희정씨가 한국심리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회원 지위 확인 등 청구의 소에서 회원 자격과 일반심리사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홍씨는 동성애는 이상성욕이며 치유 상담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2018년 9월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원들의 신고로 연구윤리위원회에 제소돼 영구제명됐다. 이유는 ‘홈페이지에 동성애를 이상성욕으로 명시해 대중에 잘못된 정보를 호도했다. 동성애 전환 치료의 정황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이후 한국상담심리학회는 한국심리학회에 홍씨에 대한 회원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을 요청했다. 한국심리학회는 별도 조사 없이 한국상담심리학회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서 윤리규정 위반으로 2019년 3월 홍씨의 일반심리사 자격을 박탈하고 영구제명했다. 홍씨는 이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학회가 홍씨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부적법한 윤리위원회 의결과 확대 이사회 인준을 거쳐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가 윤리규정과 운영규정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다”면서 “따라서 징계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홍씨의 회원 자격과 일반심리사 자격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홍씨는 “그동안 학문의 자유를 바탕으로 동성애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구, 검토하며 사회적책임을 다하다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학회의 일방적 결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판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