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창궐, EPL 안갯속으로

입력 2021-12-15 04:0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11일(현지시간)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애스턴빌라와 경기에서 뛰고 있는 뒤쪽으로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운 채 일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자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29)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코로나19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최근 영국 현지에서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실시한 EPL 선수·직원 2295명 코로나19 검체 결과에서 4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올해 주말마다 실시한 코로나19 검체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여태 가장 높았던 건 40명이 나왔던 지난 1월 검사였다. EPL 사무국은 13일 코로나19 검체 검사 대상과 빈도를 더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12일 기준 영국 내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만명 수준이다.

EPL 사무국은 이날 예정돼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브랜트포드 간의 경기를 연기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호스퍼와 브라이턴호브앨비언 사이 예정돼 있던 12일 경기를 연기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맨유 구단은 1군 훈련장소인 캐링턴 훈련장을 폐쇄했다.

이번 검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구단과 지역은 광범위하다. 잉글랜드 동부 노르위치와 남부인 브라이턴, 토트넘·아스널의 연고지 런던과 애스턴빌라 연고지 중부, 북서부 맨체스터 등이다. 특정 지역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어디까지 전염병이 다시 번질지 알 수 없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3일 토트넘 유소년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1군에서도 추가로 확진자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토트넘 선수단이 앞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훈련장을 폐쇄했다가 다시 복귀한 날이었다.

토트넘은 브라이턴전 이전인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번리와 경기도 눈보라에 따른 폭설로 미뤘다. 앞서 9일에 예정됐던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스타드렌과 조별리그 경기 역시 연기했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이상 17일로 예정된 레스터시티전도 미뤄야 할 수 있다.

레스터시티전 이후 토트넘의 일정은 이번 시즌 가장 빡빡하다. 19일 리버풀전부터 28일 사우스햄프턴전까지 열흘 사이에 무려 4경기가 몰려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몰린 일정을 소화한다면 경기 결과는 둘째 치고 부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

토트넘이 자칫 몰수패를 당할 수도 있다. UEFA 규정 상 연기된 스타드렌과 유로파컨퍼런스 경기를 이달 중 치러야 하지만 남은 일정 상 불가능하다. UEFA는 일정을 이달 안에 새로 잡는 데 실패했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한 상태다. 규정대로라면 토트넘은 렌에 0대 3 몰수패 처리돼 대회에서 탈락한다. 물론 UEFA가 특수 상황을 감안해 경기를 다음 달로 미루는 등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도 있다.

EPL은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한 지난해 초 리그 취소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모든 EPL 경기가 중단됐고 이후 백신 접종 비율이 충분히 높아진 뒤에야 재개됐다. 리그 후반기 경기 대부분이 관중 입장 없이 열렸고 일부 팀은 일정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입장권 수익이 높은 리그의 특성상 재정 위기에 몰린 팀도 많았다. 이 같은 위기는 중계권 수익을 극대화한 유럽슈퍼리그(ESL) 출범 파동의 간접적 원인이 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