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사찰’ 논란 빚은 통신조회… 법 개정 시급하다

입력 2021-12-15 04:03
출근하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언론을 사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 중인 수사에 엄격히 사용됐으므로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해당 언론사는 공수처의 위법적 수사방식을 비판한 기사가 나간 뒤 통신조회가 집중돼 그 해명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영장 없이 자의적으로 진행된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를 둘러싼 오랜 논란이 또 터진 것이다. 범죄 억제 필요성과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근거해 불법이 아니다. 이의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남용 우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 요건을 강화하고 법원에서 영장을 받도록 법 개정을 권고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도 본인 동의 없는 통신사의 자료제공 위험성을 수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전체 인구수의 16.5%인 855만건이다. 자신도 모르게 국가가 개인정보를 통신사에서 받아 수사에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유는 물론이고 조회 여부조차 알 수 없으면 더욱 그렇다.

헌재는 통신사가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아 합헌이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검찰, 경찰이 달라는 자료를 거부할 통신사는 없다. 법에는 개인 통보 의무도 명시되지 않았다. 허술한 법의 틈새를 비집고 수사기관은 저인망식 수사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인권단체 활동가 등을 살짝 끼워 사찰에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국회는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 영장을 받아야 통신조회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6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개인정보 보호와 남용 가능성 차단을 담은 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사찰 의혹은 언제든 재발하고, 적법한 수사조차 의심을 받는 갈등은 또다시 빚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