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볼링장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13일 오후 녹초가 됐다. 계도기간 내내 입구에서 손님 한 명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확인하고 안내했으나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신경이 곤두섰다. 이날부터 방역패스를 한 번만 어겨도 업주에게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혹시 모를 접종증명서 위조, 도용을 막으려고 눈앞에서 직접 방역패스를 열어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며 “1주일 전부터 준비해 큰 혼란은 없었는데 언제까지 이런 성가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첫날 자영업자들은 혼란 속에 하루를 보냈다. 장사가 한창인 점심시간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스템까지 먹통이 되며 시민들도 덩달아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기존 유흥시설·노래연습장 등에 더해 식당·카페 등 16개 업종으로 방역패스를 확대했다. 계도기간 1주일을 거쳐 이날부터 위반 시 이용자는 10만원 이하, 업주에겐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주의 경우 두 번째 적발부터 과태료가 300만원으로 올라간다. 운영 중단 및 폐쇄 명령도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 ‘쿠브(COOV)’는 이날 오전 11시40분쯤부터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쿠브와 연동된 다른 인증 수단에도 QR코드가 생성되지 않았다. 일부 QR 체크인 서비스는 이내 정상화됐지만 백신 접종 여부가 표기되지 않는 현상 등이 지속됐다.
저녁 시간대도 접속 오류가 반복되자, 질병청은 결국 “시스템 과부하로 시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오늘(13일)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반 시 부과될 예정이던 과태료 처분도 연기됐다.
점심시간 식당을 찾은 시민들은 백신 접종 여부를 인증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직장인 김모(30대)씨는 “과태료를 낸다고 해 식당 입구에서부터 QR코드를 준비했는데 인증이 안 돼 한참을 대기했다”고 말했다. SNS에도 “식당 방역패스 첫날부터 시스템이 터질 수가 있나” “밥도 못 먹고 돌아왔다”는 등의 토로가 나왔다.
경기도 평택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36)씨는 “손님들이 갑자기 QR코드가 안 된다고 항의하는데 무슨 상황인지 몰라 한참을 당황했다”며 “과태료를 맞을까봐 그냥 들여보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홀에서 QR인증을 받지 못한 손님들이 대기하느라 손 놓고 있다. 빨리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치겠다”는 등의 불만이 줄을 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쿠브 서버가 위치한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가 발생한 게 원인이라면서도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은 특별한 장애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 관계자는 “쿠브 서버의 기능 개선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