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지난 11일 중국 텐센트 뮤직 어워드(TMEA) 화상 출연이 무산된 건 일정 조율 과정에서 빚어진 일종의 해프닝으로 알려졌다. 엑소 출연은 서훈(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중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언급해 기대가 컸던 사안이다.
13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엑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스케줄상의 이유로 시상식 당일 화상 출연이 어렵다고 텐센트에 통보했다. 그러나 텐센트는 엑소 멤버 카이와 세훈이 온라인으로 참석한다고 홍보했고, SM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관련 포스터를 SNS 계정에서 내렸다. 이후 SM은 엑소 멤버의 수상 소감을 촬영한 영상을 텐센트 측에 보냈는데 결국 시상식에선 상영되지 않았다. 텐센트는 사전 녹화 영상을 내보내지 않은 데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엑소는 이날 해외 베스트 그룹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당일 중국 웨이보 핫이슈 리스트에선 엑소 관련 해시태그가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엑소 팬들은 “텐센트가 거짓 광고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엑소의 TMEA 출연은 2016년 7월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한류 제한령(한한령)으로 한국 가수들의 중국 무대 출연이 중단된 이후 5년여 만에 처음 성사된 일이다.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한령이 풀리는 신호로 여겨졌다.
서 실장은 지난 3일 톈진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엑소 출연 건을 언급하며 “우리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중 문화 콘텐츠 교류가 다시 확대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1주일 만에 출연이 무산된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한·중 간 문화 교류 재개를 위해 주중 대사관을 비롯한 각급에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개별 사안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러한 움직임이 문화 교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