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병원도 못 가보고” 코로나 사망 유가족 절규

입력 2021-12-14 00:02 수정 2021-12-14 00:23
코로나19 확진자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병상 대기자는 1533명으로 모두 수도권 환자였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5817명, 위중증 환자는 876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5시35분 경기도 고양 서울시립승화원 화장터 앞에 선 황모(58)씨가 안경을 벗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 앞 20걸음쯤 떨어진 곳에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나무로 짠 관을 들고 있었다. “엄마, 잘 가.” 그가 할 수 있는 건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향해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일뿐이었다. 두 손은 어머니를 만지듯 자꾸만 허공을 쓰다듬었다.

황씨는 이날 새벽 89세 된 어머니를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떠나보냈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는 경기도 한 요양원에서 지내다 1주일 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한 달 전만 해도 병원에서 “어머니 건강 상태가 아주 좋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하지만 사망 이틀 전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가족들은 어머니의 감염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은 직후부터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이 나오지 않았다. 황씨는 “어머니가 대기만 하다 돌아가셨다”며 “얼마 전까지 살을 맞대고 인사 나눈 어머니를 이렇게 황망히 화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화장터에는 오후 4시 무렵부터 코로나 사망자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 행렬이 이어졌다. 승화원은 일반 사망자 화장이 끝난 오후 5시부터 코로나 사망자 화장을 별도로 진행한다. 금세 주차장 절반 이상이 20여대의 운구차로 채워졌다.

운구차 업체 관계자는 “23개 화구 중 오늘은 코로나 사망자 시신으로 14개가 찼다”며 “이달 들어 그나마 가장 적은 수”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열흘가량 코로나 사망자 시신이 몰리면서 매일 적게는 19개, 많게는 21개의 화구가 채워졌다.

최근 급증한 위중증 환자가 병상 부족 등의 문제로 숨지는 일이 속출하면서 ‘선(先)화장 후(後)장례’ 원칙에 따라 화장터 수요도 늘고 있다.

경기도 양주의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달까지 직접 목격한 코로나 사망자는 10명 정도였지만, 이달 들어서만 사망자 16명을 봤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많이 몰렸던 지난 4~6일에는 화장터가 없어 사흘간 영안실에서 대기한 유족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요즘의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아비규환 현장”이라고 했다.

방역지침상 코로나 사망자 유족들은 화장터 안까지 들어갈 수 없다. 이날 화장이 이뤄진 코로나 사망자 역시 방호복으로 무장한 보건소 직원과 승화원 관계자 등 6명만이 지척에서 아무 말 없이 절차를 진행했다. 이들이 관 주변에 소독약을 뿌릴 때 유족들은 약 15m 밖에 서서 고인에게 40초 정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 유족은 “관 위에 수의를 얹어 달라”고 요청했다. 감염 우려로 고인의 몸에 수의를 입힐 수 없어 평상복 차림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이따금 유족들의 숨죽인 울음소리만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황씨는 “생전에 어머니가 내 두 손을 꼭 잡고 ‘나랑 같이 살자’고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난다”며 “아직 미안하다는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지난달 1일 이후 코로나19 사망자는 1444명(13일 0시 기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2월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누적 사망자(2858명)의 절반에 이르는 사망자가 한 달 보름 안 되는 기간에 나왔다.

고양=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