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美의 최우방 호주서 “한·미동맹 기반 中과도 조화”

입력 2021-12-14 04:07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한국산 K9 자주포 수출과 관련해 한화디펜스와 호주 국방부 획득관리단의 계약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현지 생산 방식으로 호주 육군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AP뉴시스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13일 밝혔다.

호주는 미국의 최우방국으로 급부상한 국가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동맹)와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비공식 안보회의체)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에 이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고, 석탄 수출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런 호주를 방문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미·중 균형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종전선언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를 비롯한 미국의 우방국까지 한국 정부의 대중 압박 참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 대통령의 고민이 더 커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올림픽 보이콧에)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동시에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모리슨 총리는 “역내에서 주권을 훼손당하는 경우에는 파트너십을 형성해 역내 국가의 주권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모리슨 총리는 특히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오커스를 지지해주는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한국은 (호주와) 유사입장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리 정부의 오커스·쿼드 동참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오커스와 쿼드 문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용돼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양안(중국·대만) 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서 평화롭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모리슨 총리는 “(중국의) 오판이 있다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원론적인,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해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타협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서 “자유와 안정을 한반도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견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회담 이후 호주와 약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의 역대 K9 자주포 수출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K9 자주포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호주 현지에 생산시설을 건립해 자주포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번 수출은 호주가 영어권 5개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에 소속된 국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박세환 정우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