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에게 배달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공공배달앱’이 등장한 게 지난 3월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화폐와 연계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여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관리 미흡으로 존폐 기로에 처했다.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도별 공공배달앱 운영 현황’을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광역시·도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공배달앱은 21개다. 전북 군산시가 지난해 3월 내놓은 ‘배달의명수’를 시작으로 ‘배달특급’(경기도), ‘먹깨비’(서울·충북), ‘배달e음’(인천), ‘일단시켜’(강원도), ‘대구로’(대구), ‘부르심·휘파람’(대전) 등이 등장했다. 내년에도 ‘동백통’(부산)을 비롯해 전북 전주시, 제주도 등이 공공배달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공배달앱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배달 중개수수료에 있다. 수수료, 광고비, 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소상공인들 호소가 이어지자 지자체에서 수수료율을 대폭 낮춘 공공배달앱을 마련하게 것이다.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공배달앱은 아예 수수료가 없거나 1~2%의 미미한 수준에서 책정된다. 이와 달리 배달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 6.8%, 카드수수료 3.3%, 광고비 월 8만원을 받는다. 요기요는 중개수수료 12.5%, 쿠팡이츠는 15%에 이른다.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경기도 ‘배달특급’이다. 중개수수료를 1%로 낮추고 광고비도 없앤 데다 지역화폐도 적극 활용했다. 배달특급은 지난해 12월 출시 당시 3곳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1년 만에 30곳으로 몸집을 불렸다. 거래액은 지난 5월부터 매월 100억원 늘어 올해 누적 거래액으로 1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공공배달앱 1호 ’배달의명수’는 올해 상반기 주문 금액 1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꽃집, 건강원, 정육점, 떡집 등으로 가맹점을 확대하며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사업을 확장했다. 군산시는 내년 말까지 5억원을 투자해 숙박업소 예약, 구인·구직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배달앱 상당수는 초라하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지자체 지원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0명 이상인 공공배달앱은 배달의명수(3만명), 배달특급(1만5000명), 대구로(4258명), 배달e음(3068명), 먹깨비(1100명) 5곳 뿐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두 자릿수에 불과한 곳도 있다. ‘씽씽여수’는 가입자 수 6188명, 하루 평균 이용자 수 20명에 그친다. 홍보비로 지원된 예산은 1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부산 남구청 ‘어디go’는 예산 1억6100만원을 들였지만, 가입자 1만4895명에 하루 이용자 222명 정도다. 대전은 예산 2억원을 들여 ‘부르심’과 ‘휘파람’ 2개를 선보였는데 각각 지난 9월에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328명, 144명에 머물렀다.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수료 수익이 아닌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가입자나 입점 업체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만한 동력이 없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개발·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고 각종 규제에 얽매여 서비스나 혜택 개발에서 속도를 내기 어렵다”면서 “세금으로 일부에게 혜택을 주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사업 확장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