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선대위는 오합지왕” 침묵 깬 이해찬… 공개활동 시사

입력 2021-12-14 04:06

이해찬(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향해 “오합지졸이 아니고 오합지왕”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움직였던 이 전 대표는 앞으로 공개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이분들은 오합지졸이 아니라 오합지왕들”이라며 “전부 왕 노릇을 하다 보니까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또 어디에 갈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라며 “지원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선거는 반드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오합지왕’에 대해 “윤 후보가 주인공이 아니고, 국민의힘을 장악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저격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윤 후보가 최근 한 행사장에서 참석자 질문에 대한 답변 기회를 여러 차례 이준석 대표에게 넘긴 ‘마이크 패스’ 논란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윤 후보가) 당대표한테 답변을 요청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분들(이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주가 되고 후보가 오히려 뒷전에 물러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에 대해선 “언론이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론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극단적으로 왜곡된 여론조사를 빼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붙어 있는 형세”라고 주장했다.

침묵을 지켰던 이 전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 나선 것은 민주당 경선 이후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했던 일을, 이제는 좀 나서서 도와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개 활동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의 등판을 두고 당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중도 외연 확대엔 부정적일 것이라는 회의론이 교차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열세지만 ‘오합지왕’들 때문에 1월 말쯤 골든크로스가 일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준 것”이라며 “이 후보는 중도층을 공략하고, 이 전 대표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중도층에선 이 전 대표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 전 대표의 등장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를 ‘상왕’으로 몰아세우며 “이나땡(이해찬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주장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