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내다파는 개미들… ‘빚투’ 끝나고 예·적금 상품 뜨나

입력 2021-12-14 00:04
13일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턱걸이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증시의 돈이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무브머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뉴시스

시장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자금이 주식에서 예·적금으로 넘어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는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월 들어 개인의 주식 매도세도 강해졌다. 반면 은행들은 각종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리며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시중 자금의 이동은 내년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9일 기준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일평균 신용융자 잔고는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9월 13일 25조65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때와 비교하면 3조원 가까이 줄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빚투가 투자심리 악화에 따라 줄어드는 모양새다.


개인들의 주식 매도세도 강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 1~13일 코스피를 3조1400억원가량 내다 팔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400억원, 기관은 1조1600억원어치 사들였다. 12월 국내외 증시가 반등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랠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개미들은 꾸준히 주식을 팔고 있다.


빚투의 비용인 신용융자 이자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메리츠증권과 DB금융투자는 지난 1일 신용융자 이자율을 각각 0.11%포인트, 0.21%포인트 인상했다. NH투자증권도 이달 말 일부 이용자의 이자율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사상 첫 코스피 3300 달성에 개미들의 빚투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가 상승 동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미들을 증시에서 물러나게 만드는 것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며 ‘제로금리(0%대 기준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부동산·주식 등 위험성 자산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연말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 요건인 ‘한 종목 10억원 보유’ 혹은 ‘지분율 1%’(코스닥은 2%)를 회피하려는 ‘큰손’의 보유 주식 처분도 개인 매도세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은행은 2%대 예금, 4%대 적금 상품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날 수신상품 금리를 0.2~0.6%포인트 올리며 1년 이상 가입 시 연 2%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8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최근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5.0% 이자를 주는 고금리 적금을 출시하기도 했다.

잇따른 수신상품 금리 인상에 은행으로 몰리는 유동성은 늘어나고 있다. 이번 달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657조원으로 9월 말과 비교해 25조원 넘게 증가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