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 기독공연계는 코로나19로 더욱 위축됐다. 극장 대표는 은행 대출을 받았고 단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몸부림쳤지만, 수시로 바뀌는 방역 지침에 운영은 쉽지 않았다. 2010년부터 꾸준히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작품을 올려온 서울 종로구 북촌아트홀이 뮤지컬 ‘천로역정 시즌 10’을 마지막으로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북촌아트홀은 대표작 ‘천로역정’부터 ‘날개 잃은 천사’ ‘비하인드 유’ 등 20개 넘는 작품을 올리면서 기독공연의 명맥을 이어왔던 곳이다. 170여 좌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매년 하나씩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 왔고, 2011년에는 바로 옆에 50석의 북촌나래홀까지 개관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시도했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되면서 북촌아트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3일 극장에서 만난 김창대 대표는 “1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온 극장의 문을 닫으려니 눈물이 났다”면서도 “아직 북촌나래홀이 남아 있어 위로가 된다. 그곳에서 공연을 통한 복음 전파의 사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 북촌아트홀은 부침이 심했다. 지난달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관객이 늘고 교회의 방문 공연 요청도 늘어났나 싶었지만, 최근 거리 두기 격상 여파로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객이 한 명일 때도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이 빚만 느는 이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일단 너무 재밌고 하나님께 받은 소명을 이어가는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크리스천 단원을 언급했다.
그는 “크리스천 배우들에게는 마음속에 복음을 담은 작품을 공연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또 그들은 경쟁이 심하고 서로에게 냉담한 일반 극단에서 상처도 많이 받는다”면서 “북촌아트홀만이라도 그런 배우들이 와서 예배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극장을 계속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북촌아트홀이 없어지면 공연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단원들이 설 무대가 그만큼 없어진다. 하지만 김 대표와 단원들은 북촌나래홀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그동안 그래왔듯 묵묵히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북촌아트홀에서 보는 마지막 작품인 ‘천로역정’은 존 버니언이 쓴 같은 이름의 책을 바탕으로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총 20곡의 노래로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이 천국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영적 성장과 진보는 분투와 고난의 과정을 통해 성취된다’는 성경적 진리를 담아냈다. 공연은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