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 장릉 ‘왕릉 아파트’ 사태를 둘러싸고 극한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마지막까지 입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문화재청은 여전히 해당 아파트의 높이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층은 철거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법원이 문화재청 공사 중지 명령을 잇따라 뒤집으면서 이론적으로는 문화재청 심의 없이 준공에 이어 입주까지 가능하게 됐다.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수분양자들이 입주 이후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문화재청이 지난 7월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중단된 김포 장릉 일대 아파트 공사는 13일 일부 재개됐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 10일 대광이앤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명령 집행정지 항고를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대방건설까지 포함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아파트 3곳이 모두 공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건설사들은 문화재청과 대화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차이를 좁히긴 쉽지 않다. 대광이앤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은 이미 문화재청에 대한 심의 요청 자체를 철회했다. 문화재청이 내건 층수 변경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9일 유일하게 심의에 응한 대방건설에 대해서는 인근의 기존 건축물(장릉삼성쉐르빌) 마루선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 높이를 조정한 개선안을 받아 2주 이내에 재심의 하겠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이 언제까지 평행선을 그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문제를 제기한 아파트 3곳(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로제비앙, 디에트르에듀포레힐)의 입주는 내년 6~9월이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대하지 않으면 준공 승인과 입주도 가능하다. 시공사 관계자는 “(최초 건설 허가 여부의 적정성을 다투는 본안소송) 첫 기일이 1월쯤인데, 양쪽이 계속 다투면 입주 이후에 상급심까지 갈 수 있다. 입주 후에 법원이 문화재청 손을 들어주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론 도출이 늦어질수록 양측의 부담은 커진다. 건설사는 문제를 알고도 공사를 강행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의 경관 훼손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 김포 장릉의 보존관리 상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원칙 없는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사중지명령 집행정지 판결문에서 “이미 일부 경관이 훼손된 상태였던 데다, 처분 대상 건축물 앞뒤로 준공됐거나 공사 중인 고층 아파트들이 존재해 설령 이 사건 아파트를 철거하더라도 조망은 일정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