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 없는 부동산 정책 수정… 표를 위한 사탕발림 아닌가

입력 2021-12-14 04:01
12일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상담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이 종잡을 수 없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여당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세 부담 증가로 성난 여론을 달래보겠다고 설익은 정책을 던지듯 제시하고, 정부는 못 이기는 척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사안은 당정 조율이 안 된 것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찬반이 엇갈려 실행 여부가 불분명하다. 시장은 정치에 휘둘리고, 버티면 된다는 식의 기대심리까지 만연해 정책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 정도 유예하는 아이디어를 당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에 막혀 매물 잠김 현상이 나온다는 이유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은 공시가 인상 속도를 늦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공시가를 시세 대비 90%로 올리기로 한 일정을 적어도 1년 연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의 중이라는 사안들이 실제로 정책으로 입안돼 집행까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고, 청와대도 반대 입장을 밝힌 사안이다. 공시가 현실화는 정부와 여당이 공정 과세와 조세 형평성 확립을 위해 장기 로드맵에 따라 실행 중이라고 역설한 주요 정책이다. 심지어 가파른 현실화에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이 갑자기 커졌다는 불만은 일부 부자만 대변한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갑자기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불쑥 꺼내고, 당은 공시가 현실화 유보를 앞장서 외치니 국민들은 헷갈린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 성향, 계층, 지역에 따라 입장이 달라 비난이 쏟아지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 실패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았으니 잘못을 바로잡고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책을 수정하려면 큰 방향을 정하고 원칙을 확립한 뒤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실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찬반 의견을 수렴하며 반대하는 세력과 소통해야 한다. 이를 아예 생략한 채 듣기 좋은 말만 하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사탕발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표만 생각한 정책 뒤집기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불만이 나오는 곳을 적당히 땜질하는 방식으로는 잔뜩 꼬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