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세계경제 쥐락펴락 G2, 통화정책 거꾸로 간다

입력 2021-12-14 04:02
게티이미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그동안 과다한 부채로 쌓은 경제의 군살을 덜어내기 위해 긴축 드라이브를 걸었던 중국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의 부도 위기를 겪으면서 완화정책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반면 연초부터 글로벌 공급 병목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치부해 온 미국은 지난달 39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소비자물가 상승률(6.8%)과 임금 급상승 여파에 긴축 모드로 돌아섰다.

중국은 지난 8~10일 공산당 수뇌부의 연말 최고 정책 이벤트인 중앙 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스텝을 바꾸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불과 1주일 뒤인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통화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실 매파로 통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완화정책을 펴왔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근 재신임을 받으면서 ‘매파 본색’을 드러내고 있어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첫 시험대인 15일 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헝다, 중국 정책기조 유턴 일등공신?

매년 12월에 열리는 중국의 중앙 경제공작회의는 다음 해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밀어붙인 규제 드라이브 와중에 헝다그룹 사태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산업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갈 줄 예측하지 못한 듯하다. 여기에 세계적 원자재 가격 급등, 전력 대란, 공급망 병목 현상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치면서 경기회복 동력이 약화됐다. 지난 1분기 기저효과에 힘입어 18.3%까지 올랐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7.9%, 3분기 4.9%로 급락하고 있다.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 6일 경제정세 보고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5.3%가량으로 예측하면서 5%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정책 당국에 공개 건의할 정도였다.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 경제공작회의는 과도한 위축에 시달리는 경기 현실과 타협한 냄새가 짙다. 올해 정책의 핵심 기조가 ‘감독규제’였다면 내년에는 ‘안정’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김경환 연구원은 “각 지방정부와 정부 부문은 거시경제 안정에 책임을 지고 안정에 유리한 정책의 출시를 우선순위에 둘 것을 직접적으로 주문했다”며 “이는 최근 5년래 언급된 당 수뇌부의 주문 가운데 가장 강한 것으로 중국발 ‘정책 공포와 디스카운트’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당 수뇌부가 향후 확장형 재정정책을 언급하면서 ‘인프라 투자의 조기 집행’과 ‘신규 감세정책 시행’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는 점과 안정적인 통화정책과 풍부한 유동성 유지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6일 인민은행이 5개월 만에 시중은행 지준율을 0.5% 내린 것이 완화정책 선회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당 수뇌부는 중대 리스크의 처리를 언급하며 지방정부와 금융 당국의 밀도 높은 대응과 기업 자구책 강화 등을 시사한 것은 헝다그룹과 부동산 위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제한적 디폴트’를 선고하는 등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간 헝다그룹 사태가 긴축 통화정책을 일단락시키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이 같은 중국 당국이 정책 선회에도 불구하고 헝다 사태 이전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문제가 쌓여 온 만큼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매파 변신, 강달러 시대 신호탄?

투자자들은 중국 정책 변화보다 파월 의장의 입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그만큼 파월 의장이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거둬들인 데 대한 임팩트가 강한 셈이다. 이에 가세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긴축 시계를 더 빨리 돌리라며 연준을 압박해 가는 모양새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위기를 전했다. 집권 민주당 입장에서 인플레가 내년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15일 FOMC 회의 이후 금리 인상 시기 및 폭과 관련한 FOMC 스탠스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노동부의 11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주요 기관들의 인플레 전망이 심각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공급망 차질 장기화 △임금 상승 압박 △경제개방에 따른 서비스업종 물가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2022년에도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13일 인플레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장·단기 금리차가 급속히 줄어드는 ‘평탄화’ 현상과 관련해 월가 일각에서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이번 정상화 사이클의 최종 정책금리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3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금리와 5년만기 채권금리 차이는 0.55% 포인트로 10월 이후 0.46% 포인트나 줄어들어 팬데믹 공포가 극심했던 지난해 3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과거 20년간 채권을 통해 주식보유 위험을 성공적으로 헤지해 왔으나 추가 하락 여지가 작은 현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향후 수년간 채권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성장우위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인플레 시기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 하락 시 채권 가격도 동반하락해 채권의 위험자산 헤지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달러화 현금의 유용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의 매파로의 변신이 달러 강세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