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확산을 이어가는 가운데 각국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공중보건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주장에 맞서 ‘부작용 우려를 무시한 채 개인이 접종 여부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는 백신 패스(접종증명서) 도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정부를 독일 나치나 ‘빅브라더’(사회를 감시·통제하는 권력) 등에 빗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15일부터 일부 공공시설 출입 시 방역 패스를 요구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보수당마저 “백신 패스는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는 경찰 추산 4만4000명이 거리로 나와 백신 의무화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에 항의했다. 극우파 자유당 대표 허버트 키클이 주요 연설자로 나서는 등 극우진영이 저변 확대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오스트리아는 12일 봉쇄 조치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백신 미접종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14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년 2월 도입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달 초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방역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과격 양상을 띠면서 최루가스와 물대포까지 동원됐다. 지난달 말 20일 네덜란드 로테드담에서는 경찰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이 중상을 입고 입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각국 정부의 최근 방역 규제가 백신 미접종자를 겨냥하고 있음을 지목하면서 “이는 분노한 거리 시위를 촉발시켰고 국가가 공중보건을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제약해야 하는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해설했다.
영국 킬대학 사회심리학과 클리퍼드 스토트 교수는 NYT에 “백신 패스는 ‘우리’ 대 ‘그들’로 나뉘는 사회를 만들어 양극화와 분열을 야기한다”며 “구조적 불평등을 증폭시켜 무질서를 초래할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의 인권변호사이자 코로나19 관련 법률전문가인 애덤 와그너는 “백신 패스 추진의 위험은 자유지상주의자와 백신 회의론자를 급진화 시킨다는 점”이라며 “팬데믹이 터진 지 거의 2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충돌하는 가치에 대한 좋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각국 정부는 방역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추가 방역 규제를 하지 않으면 오미크론 확산 여파로 잉글랜드에서만 내년 4월 말까지 사망자가 최대 7만4800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이 추정치는 지난해 초 대유행 시작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영국 내 사망자 12만7154명의 절반을 웃도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내 접객 및 모임 규모 축소, 일부 유흥시설 폐쇄가 예상 입원자 수를 5만3000명, 사망자는 7600명까지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발표된 영국의 플랜B는 재택근무 장려, 대중교통 및 소매점 방문 시 마스크 착용 권장, 나이트클럽과 기타 대규모 시설 이용 시 예방접종 여부 확인 등이다.
영국은 지난 10일 신규 코로나19 감염자가 5만8000명을 넘기며 올해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인 인구의 80% 이상이 접종을 마쳤고 부스터를 맞은 사람도 약 40%까지 늘린 상황에서도 감염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코로나19 입원자 규모가 지난 겨울을 웃돌지 않으려면 이달 18일까지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에게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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