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의 사망에도 ‘윗선’ 개입 관련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황무성 공사 초대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던 배경은 무엇인지, 이 과정에서 성남시 등의 입김이 있었는지 계속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연결고리가 끊긴 상황이라 수사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사망한 피의자(유 전 본부장)에는 공소권이 없지만, 나머지 피의자에 대해선 계속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의혹(직권남용 등 혐의)으로 고발된 사람은 유 전 본부장과 유동규(구속 기소) 전 공사 기획본부장,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다.
유 전 본부장 사망으로 정치권에서는 특검 도입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모양새지만, 법조계에선 대선 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수사를 통해 최대한 대장동 사업의 윗선에 최대한 다가가 보겠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 ‘시장님’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직을 권한 녹취가 증거로 남아있는 한편, 검찰은 필요에 따라 그의 휴대전화 확보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의 변사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은 유족의 반대로 그의 유서와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실장과의 통화 기록이 담긴 유동규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도 갖고 있다.
직권남용 사건과 별개로 윗선 수사는 대장동 사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성남시청을 대상으로도 진행 중이다. 민간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대장동 사업 구조에 대한 책임을 성남시 측에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관련 서류에 결재자로 이름을 올린 성남시 관계자들을 잇따라 참고인 조사하고 있다. 최근 조사 받은 관계자는 “(대장동 사업 관련) 행정 절차를 어떻게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검찰 수사는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직권남용 공소시효 만료가 내년 2월로 두달여 밖에 남지 않은 점도 대장동 수사팀을 압박한다.
이날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부검 결과 추락사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