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도 방역패스 적용되나” 촉각

입력 2021-12-13 03:01
정부가 16종의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에 포함되지 않은 종교시설에도 방역패스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어린이과학관에 놓인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 관련 안내문. 뉴시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특단의 조치 발표를 예고했다. 이미 방역 당국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 적용 대상에서 빠진 종교시설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한국교회도 정부 발표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종교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면 정부가 미접종자를 위한 예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2일 서울 강남의 A교회 성도는 예배당 입구에서 성도 등록증을 인식기에 갖다 댔다. 화면엔 성도의 이름과 직분, 지역은 물론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문구가 떴다. 정부가 지난 3일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 추가 후속 조치’로 발표한 방역패스 대상에 교회 등 종교시설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교회는 정부보다 먼저 철저한 방역에 나섰다.

실제 일부 교회는 지난달 28일 오미크론 등장 후 자체적으로 방역패스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대형교회들은 성도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 전산화 작업을 마쳤다. 정부가 종교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해도 교회 혼란은 크지 않을 거라 보는 이유다.

다만 교회들이 우려하는 건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정부가 교회 등 종교시설을 희생양 삼았다는 점이다. A교회 목사는 “일부 교회를 제외한 대다수 교회는 정부의 방역 수칙을 누구보다 잘 따랐고 오히려 정부보다 강력한 방역 정책을 적용했다”며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면 따르겠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교회에 책임을 돌리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종교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도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 B교회 목사는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40대 성도는 지병이 없었는데 1차 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 의사 권유로 2차 접종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박탈할 권리는 누구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C교회 사역자는 “정부가 방역패스를 교회에 적용한다면 피해갈 수 없다. 만약 1~3부 예배를 드린다면 1,2부는 접종 완료자, 3부는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인원을 제한해 함께 드리는 방식도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정부는 종교시설의 방역패스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계와 함께 종교시설의 방역 강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문체부 등 정부 관계자와 종단 실무자들은 방역 회의를 갖고 방역패스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교회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방역패스를 적용해 미접종자의 예배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 방침을 전달했다.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면 미접종자를 위한 예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교총 관계자는 “예배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반대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미접종자가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예배 장소나 시간(부)을 분리하는 방법이 있다. 정부가 미접종자로 구성된 별도의 예배나 시설을 운용할 원칙과 방안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