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투자금을 알아서 굴려주는 키움증권의 투자일임 서비스 ‘키우GO’는 코스피지수가 3200에서 횡보하던 지난 8월 국내 종목을 전량 매도했다. 이후 코스피는 2800선까지 떨어진 후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AI가 펀드 매니저의 역할을 훌륭히 대체한 셈이다.
금융 상품을 추천하거나 매매 종목을 자문하던 금융 AI가 투자자의 돈을 직접 굴리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AI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현재 13개다. 이중 ‘핀트’와 ‘파운트’가 선두에 있다. 핀트의 AI ‘아이작’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매매한다. 20만원의 소액만 넣어도 AI가 운용해준다. 투자자문만 제공하던 파운트는 올해 초부터 AI 투자일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핀트와 파운트의 AI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각각 846억원, 373억원이다.
AI에 돈을 맡기는 주 고객은 최신 기술과 비대면에 익숙한 2030세대다. 지난달 기준 핀트의 회원 수는 56만명인데 이 가운데 78%가 20~30대였다. 파운트는 투자일임과 자문을 포함한 전체 이용자의 56.8%가 2030세대였다.
증권사도 AI 투자일임 서비스를 도입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주식과 ETF에 적극 투자하도록 설계된 키우GO의 포트폴리오는 지난 6개월간 수익률 약 17%를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자회사 신한AI는 내년 상반기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준국 키움증권 RA운용팀장은 “알파고가 바둑 기보를 익힌 것처럼 금융 AI는 영업이익률, 환율, 금리 등 수십 년 치 데이터를 끌고 와서 학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I라고 반드시 전문가나 시장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과 성과 분석’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유형 및 개별 서비스마다 수익률 격차가 뚜렷했다.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I에 몇 달씩 돈을 맡겼는데 수익률이 1%도 되지 않아 후회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보고서는 “포트폴리오 선택 역량을 갖추고 시장수익률을 잘 추종하며 양호한 리밸런싱 성과를 보이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