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서형민(31)이 11일(현지시간) 제9회 독일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만 유로(약 4000만원)다.
베토벤의 작품들로 치러지는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2005년부터 베토벤의 고향인 본에서 2년마다 열리며 독일 정보통신 회사인 도이체 텔레콤이 후원한다. 한국인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서형민은 4살 때부터 음악 영재로 주목받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을 다니다가 10살 때 미국 매네스 음대 예비학교로 유학을 갔다. 11살 때인 2001년 뉴욕 필하모닉 영 아티스트 오디션에서 우승해 뉴욕 필과 협연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며 줄리아드 스쿨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이매뉴얼 액스, 마티 라이칼리오를 사사했다.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진학해 피아노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며 최고 연주자과정을 밟고 있다.
2011년 제2회 플로리다 국제피아노콩쿠르 2위, 2013년 제5회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잇따라 오른 그는 수년간 피아니스트에게 치명적인 손가락 통증에 시달렸다. 오른손의 가운뎃손가락과 왼손의 엄지 및 가운뎃손가락에서 진물까지 나오는 통증을 참으며 2016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에 진출했다. 201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15회 국제 베토벤 콩쿠르에선 4위에 올랐다. 그는 고통이 너무 심해 손가락을 잘라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후일 토로했다.
다행히 건강이 조금씩 회복된 그는 2017년 말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 이어 2018년 제8회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도약했다. 2019년 평창 대관령음악제 독주회를 시작으로 국내 무대에도 본격적으로 서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올해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이혁(21)이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제17회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우승과 마주르카 특별상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만 유로이며 마주르카 특별상금은 2000유로(약 266만원)다.
프랑스 예술법인 아니마토 협회가 주최하는 이 콩쿠르는 ‘내일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오늘’이라는 슬로건 아래 저명한 피아니스트와 교육자가 추천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주요 피아노 대회 입상자들을 모아 독주회 방식으로 경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