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서 매년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닮고 싶은 상사(이하 닮상)’ 투표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장관과 이억원 1차관, 안도걸 2차관 등 ‘톱3’에게는 닮상 투표 얘기가 썩 유쾌하지는 않다.
공무원노조 기재부 지부(기재부 노조)가 주관하는 닮상 투표는 무보직 서기관 이하 모든 직급이 참여할 수 있다. 닮상과 ‘닮고 싶지 않은 상사(이하 안닮상)’를 각각 국장급 이상 2명, 과장급 4명씩 적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간부를 추려내는 식으로 치러진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투표 결과는 13일 공표 예정이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올해 닮상과 안닮상에 꼽힌 인사 명단이 돌고 있다. 국장급 이상 2명, 과장급 3명의 간부가 올해까지 세 번 닮상에 꼽혀 ‘명예의 전당’에 든 반면, 2년 연속 안닮상에 꼽혀 속앓이하는 간부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닮상 투표는 재경부 시절이던 2004년 처음 시행돼 올해로 18년째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12일 “내부 평판을 고려하면 신경 안 쓸 수가 없다”며 “투표 전에 직원들이나 후배들에게 밥이라도 한 번 더 사게 된다”고 말했다.
닮상 이력은 기재부 출신 인사들의 하마평에도 따라다닌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 기재부 출신 장관급 인사들은 닮상 명예의 전당 멤버다. 그러나 현재 기재부 수뇌부는 닮상과 인연이 없다. 홍 부총리와 두 차관 모두 18년간 한 번도 선출된 적이 없다. 기재부 노조는 2018년부터 장·차관은 투표 대상에서 제외하되, 장·차관 업무평가를 닮상 투표와 함께 진행했는데, 올해는 이 업무평가 결과 역시 톱3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톱3 모두 ‘워커홀릭’인데다 없는 일을 만들어내는 타입이라 젊은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