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로 ‘대장동’ 재점화… “특검” 합창에도 합의는 미지수

입력 2021-12-11 04:03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연합뉴스TV 캡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대선을 3개월가량 앞두고 정치권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대장동 의혹이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야권은 즉각 ‘조건 없는 특검’ 수사를 받으라며 이 후보를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이 후보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북 경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은) 안타까운 일이고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다 가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경북 경주시 표암재에서 조상들에게 대선 출마를 알리는 알묘 행사에 참석하다 잠시 균형을 잃고 넘어져 부축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검찰 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수사라는 것이 정말 성역 없이 필요한 부분을 다 했으면 좋겠는데, 진짜 큰 혐의점은 다 놔두고 주변만 문제삼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몸통이나 수천억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엉뚱한 곳을 자꾸 건드려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 관련 돌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대선에는 큰 여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한 의원은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에) 개입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 악재로 작용할 일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또 “검찰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커버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하다 유 전 본부장이 숨진 것”이라며 검찰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다만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대선 국면에 이런 사고가 터지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면서 “국민의힘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한 방’을 만들지 못했던 국민의힘은 특검을 수용하라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대장동 ‘그 분’은 놓아둔 채 꼬리 자르기를 한 수사, 주연은 못 본 척하고 조연들만 죄를 묻는 주객전도의 부실 수사가 문제였을 뿐”이라며 “남은 사람들이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회복지비전선포대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 아니겠느냐”며 이 후보를 정조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애도를 표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후보 측에서 하실 얘기가 더 많지 않겠느냐”며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양당은 물론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대장동 특검’의 조속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선 전까지 특검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검 방안을 놓고 견해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한 특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특검 추천 때 여당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만 합의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설특검으로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어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안규영 이상헌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