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수능 출제 오류

입력 2021-12-11 04:11

1993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치러진 뒤 확정된 출제 오류는 6차례, 8문제다. 4년 연속 갈등이 생겨 평가원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한 문제가 인생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출제 오류는 우리 사회를 휘저었다. 경기중학교 ‘무즙 사건’이 결국 중학교 입시 폐지로 끝난 것을 생각하면 보통 예민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한 첫 케이스는 2004학년도 국어 17번이다.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의 미궁 탈출을 비교하는 문제였다. 4년 뒤인 2008학년도 때는 물리Ⅱ 11번이었다. 물리학회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평가원은 아니라고 우기다가 원장이 오류를 인정하고 사퇴했다. 2010학년도에는 지구과학Ⅰ19번 답이 2개로 결론 났다. 일식 때 달 그림자의 궤적을 분석하는 문제였는데 2년 전 사태 탓에 신속히 처리됐다.

2013~2016년은 매년 시끄러웠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문제는 1년을 끈 소송에서 법원이 오류라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을 2주 남긴 10월말에야 전원 정답 처리했지만 후유증은 컸다. 책임질 방법조차 찾지 못했다. 이 난리 속에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25번, 생명과학Ⅱ 8번의 정답이 2개로 인정됐다. 출제 오류가 둘이나 나온 최악의 사태였다. 2016학년도에는 국어A형 19번 문제를 놓고 또 소송이 제기됐는데, 법원은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2017학년도에는 물리Ⅱ 9번 문제는 정답 없음, 한국사 14번은 정답이 2개로 인정됐다. 하지만 평가원이 신속히 결론을 발표한 데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여서 피해가 적었다.

잠잠했던 출제 오류가 또 터졌다. 시비가 붙은 생명과학Ⅱ 20번은 EBS 연계 문항인데, 지난 9월 잘못을 바로잡는 정오표까지 배포된 것이어서 평가원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하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으니 출제 오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불합리한 독선 때문에 힘들여 공부한 학생들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