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중증 환자 급증세로 병상 기근 상황이 굳어지면서 일반 중환자 진료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일반 중환자 치료에 함께 쓰이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등 장비가 부족해지면 의료대응체계가 코로나, 비(非)코로나 양쪽 모두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9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85.0%다. 전국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8.8%였다. 병상 ‘병목 현상’도 여전하다. 확진 후 하루 넘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가 이날 0시 기준 1003명이었다. 모두 수도권 환자로 70세 이상 고령자만 454명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병상 기근이 수 주간 고착되면서 일반 중환자 입원·치료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최근 응급중환자실과 내과 병상 12개를 코로나 중환자 병상으로 돌리면서 심장·뇌혈관 수술, 장기이식 환자 등이 전원을 오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이달 안에 코로나 중환자실도 29개 더 마련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도 지난 6일부터 일반 대형 병동 1개를 코로나 준중증 병상 21개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일반 환자의 입원 대기가 길어지고, 수술 일정도 뒤로 밀리는 실정이다. 다른 병원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병상 부족이 더 심화하면 일반 환자들의 불안이 극심해지고, 병상을 찾지 못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크모 등 중환자 치료용 장비가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에크모는 전국 410대 중 153대가 가동 중이다. 이 중 43%가 코로나 치료에 쓰이고, 나머지는 심장질환 등 일반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표면적으로는 여력이 있어 보이지만 상황이 급변하면 일반 환자들이 제때 에크모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겨울철 심혈관질환이 증가하는 것도 부담이다. 김웅한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교수)은 “전국 에크모 장비 사용을 적절히 조절 중이지만, 코로나 중증환자 급증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에크모가 한계에 도달하면 그 전에 의료대응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에 임시 중환자 병상을 설치하자고 제안하지만 방역당국은 현 의료체계에서 추가 병상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방부는 군병원 내 감염병 전담병상을 기존 158개에서 134개 추가해 292개로 늘리고, 중증환자 치료 지원을 위해 군의관 40명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이런 와중에 현장의 아우성은 높아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코로나 의심 환자를 마주하는 응급실과 확진자 치료 병동은 아수라장”이라며 “심근경색, 의식 저하, 뇌출혈, 뇌경색 등 빠르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119구급차를 통해 떠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장군 기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