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가계대출 옥죄기에 손발을 맞춰왔던 두 금융당국 수장이 여당의 압박을 의식해 돌연 스탠스를 바꿨다. 이들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 ‘올인’한 여당 요구에 호응하는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한 발 물러선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은 9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업계 및 유관금융회사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하더라도 올해보다는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10일로 예정된 가계대출 관련 비공개 당정협의와 관련한 질문에 “내년에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가 시행이 돼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당정협의에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대출 실수요자 보호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당정협의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저신용자 대출, 정책서민금융 관련해선 현재 은행들과 내년 계획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 협의한 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급등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문제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던 금융감독원도 바빠진 모양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상호금융 중앙회장들과 간담회 후 시중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은행을 중심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하게 예대금리 차가 있는 경우 분석을 해서 필요하면 관련된 시정 조치를 좀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은 시장의 일이며 당국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