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국민 알권리보다 기업 기밀이 중요하다는 공정위

입력 2021-12-10 04:06 수정 2021-12-10 10:56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는 2심제로 이뤄지는 공정거래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 혐의를 판단한다는 의미에서 ‘1심 법원’ 역할을 한다. 그만큼 사법 당국 판단에 못지않게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오는 15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출석하기로 한 전원회의는 더욱더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SK 사건을 심의하는 15일 전원회의를 일부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공정위가 비교적 호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전원회의에 출석한다고 하자 기존에 지난 8일이었던 기일을 일주일 늦춰줬다.

피심인의 기일 연기 및 비공개 요청은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받아들일 때는 합리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 최 회장이 방어권을 위해 안 나와도 되는 전원회의에 스스로 출석하기로 했다. SK 측은 최 회장의 미국 출장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런 사유로 기일까지 조정한 것은 흔치는 않은 일이다.

재판 공개주의 원칙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도 문제다. SK 측은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SK실트론 인수 건은 이미 시일이 지났기 때문에 영업상 비밀 가치가 떨어지는 사안이다. SK 측은 국가적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비공개 신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재판 공개주의를 손쉽게 무시하는 공정위에 1심 법원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 총수의 위법성을 판가름하는 재판을 일부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기일 변경이나 비공개 결정이 공정위 심판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일지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우려를 없게 했다면 공정위에 대한 신뢰를 의심할 일도 없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공정위가 재벌 총수에게 직접 발언하고 싶다면 공개적으로 모든 것을 드러내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종=심희정 경제부 기자 simcity@kmib.co.kr